아이들이 놀 만한 곳이 적당치 않아 늘 고민인 부모들에게 어린이박물관은 너무나도 좋은 장소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과 전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 교육 프로그램 등이 모두 갖춰져 있으니 말이다. 아이가 있는 회사 동료들도 어린이박물관은 한 번 이상은 들르는 필수 코스라고 했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지만 이곳은 어린이들의 목소리만으로도 활기차고 생기가 넘치는 곳이다.
이러한 어린이박물관의 상설 전시실이 개관 이후 한 번도 바뀐 적 없다는 사실은 적잖은 놀라움과 충격을 줬다. 한 어린이가 다 자라 청년이 될 때까지 같은 콘텐츠를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유지와 보수에 애를 썼지만, 세월의 흐름이 가져다주는 그 특유의 오래된 느낌은 지워낼 수 없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여전히 10여 년 전에 머물러 있는 상설 전시실을 보며 안타까움이 절로 느껴졌다.
상설 전시실의 개편은 다른 기관과 비교해봐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경우 상설 전시실 개편주기가 2년,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은 1~2년이다. 서울상상나라는 매년 1개의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하고 있다. 국내 최초, 최대 어린이박물관을 가진 경기도의 타이틀이 어쩐지 부끄러워진다.
왜 어린이들을 위한 박물관에 이 같은 정체가 이어졌을까.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문화예술이 계속해서 밀려나듯 어린이 또한 정치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무언가에 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관심과 애정이 바탕이 돼야 하므로. 한 명의 아이가 소중한 오늘날의 사회에서 이러한 무관심은 '아이를 낳자'는 구호를 무색하게 만든다.
어린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경기지역 어린이들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문화 기반을 만들어 주기 위한 경기도의 관심과 애정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