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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도전을 노리는 사진 왼쪽부터 조정식, 추미애, 정성호 당선인. /경인일보DB

 

20대 정기국회 첫날인 2016년 9월 1일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 80여 명이 국회의장실을 점거한 채 농성에 들어갔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문제가 됐다. 정 의장은 개회사에서 우병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과 사드 배치와 관련한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한 발언이라며 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면서 이틀 동안 국회 의사일정을 거부했다. 흥미로운 건 앞서 2009년 18대 국회에서 미디어관계법 처리 문제로 당시 김형오 국회의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으며 의장실 점거를 주도한 이가 바로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였다는 사실이다. 이렇듯 시간과 세대를 초월해 여의도를 떠도는 유령과도 같은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또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 가운데 차기 국회의장직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는 24일기준 6선 조정식 의원과 추미애 당선인, 그리고 5선의 정성호 의원이다. 이들 국회의장 후보들은 공개적으로, 거침없이, 국회의장의 중립을 위협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야당의 압승을 밀어준 민심을 국회의장 선출에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내용들이다. 거기다가 이재명 당 대표를 향한 '구애(求愛)'까지 보태진다. 더불어민주당의 지역구 당선인 161명 중 '친명' 당선인이 절반이 넘는다. 범친명계까지 합치면 100명에 이른다. 의장 후보들이 이런 친명계 의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다투어 선명성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건드리는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경우 의장 재직기간 동안 당적을 갖지 못하며, 상임위원회에서 발언할 수 있으나 투표는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직접적으로 명문화하진 않으나 그러한 뜻을 살리라는 내용이다. 국회의장 자리를 탐내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명심(明心)' 경쟁과 선명성 경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되고, 될 수도 없다. 후보들은 국회의장의 '기계적 중립'을 탓하는 바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특정 당만이 아닌 국회 전체의 균형 유지와 여야 대립 완화에 얼마나 순기능적으로 작용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국회와 같이 여야가 협치의 정신을 잃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정치판에서는 특히 국회법을 펼쳐 들고 그 행간의 의미를 곱씹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