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관리 능력 인물 '본선행' 힘든 현실
현역 '잠재적 경쟁자' 정계 진입 차단 정설
각 정당 '풀뿌리 정치인 육성 필요성' 희망
선거구 물려주기 아닌 내부경쟁 발탁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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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
"선거에 나서는 모든 정치인들이 '지역을 키우겠다'고 말한다. 도로 놓고, 높은 건물 올리고, 지하철 뚫고 등등. (이렇게) 지역 발전을 얘기하지만 정작 사람을 키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람을 놓고 정치를 세우는 풍토가 (정착되지 못한 점이) 진짜 아쉬울 뿐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압승으로 끝나고 며칠 뒤 민주당 출신의 강원모 전 인천시의회 부의장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다. 그는 인천 남동구을 예비후보로 나선 같은 당 소속 이병래 전 시의원이 '영입인재'와 맞붙어 경선에서 탈락하는 과정이 공정하지 않았다며 '내부 비판'에 나섰다. 물론 강원모 전 부의장이 지난 총선에서 이병래 예비후보를 공개 지지했던 점을 감안해 일부 치우친 점이 있겠지만, 일부 내용은 인천지역 정가 인사들이 충분히 시간을 두고 토론해 볼 사안이다. 바로 '지방의회 출신 국회의원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자성이다.

"인천에서 지방의원 출신 국회의원이 나온 적이 있었나요?"

지난 총선에서 양당 공천이 마무리되기 전 한 정치인과 나눈 대화 중 나온 반문이다. 인천 역대 국회의원 중 시의원·구의원 출신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고, 그 역시 그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지방의원 출신 중 지역구 관리 능력과 의회 정치 활동의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 국회의원 선거 본선에 오르는 것조차 힘든 현실을 설명했다. 지방의원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봐도 비슷하다. 같은 당 현역 의원을 상대로 경선을 진행해 승리하고 공천권을 얻어낸 뒤 당선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식으로 자조한다. 지난 총선 인천지역 14개 선거구에서 본선에 진출해 경쟁한 양당 후보 28명 중 지방의원 출신은 1명뿐이었다.

'여의도 정치'에 익숙한 이들은 지방의원의 '무능함'을 꼬집는다. 시·군·구의원 가운데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만한 인물이 잘 보이지 않고, 설령 그런 인재가 있더라도 자력갱생으로 돌파구를 찾는 정치력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한다. 인천에서 지역신문 기자로 일한 경험에 비춰 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통상적으로 지방의회 선거 공천권은 현역 국회의원이 쥐고 있고, 이들은 정치인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공천하지 않는 방식으로 '잠재적 경쟁자'의 정계 진입을 막는다는 사실은 정설에 가깝다. 지방의원들은 시·군·구의회에 들어가서도 공천권자인 국회의원의 영향력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가끔 주머니 속 송곳과 같은 낭중지추의 인물이 등장한다고 해도 견제가 심해 좀처럼 견뎌내기 힘들다. 사면초가의 처지에서 정치력을 발휘하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계파정치가 아닌 지역정치 관점에서 평가하면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인천지역 공천 결과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민주당에서는 다수의 '인물 교체'가 이뤄졌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들이 아닌 '외부 인재'였고, 국민의힘은 본선 경쟁력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지역정치인 다수를 배제하고 그 자리에 '새 인물'을 수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그 과정에서 본선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일부 예비후보들이 보여준 '서울바라기 정치'가 어떤 결과를 냈는지는 되새겨 봐야 할 지점이다.

각 정당이 각 분야 전문가를 인재로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당내에서 지방의원 출신 등 풀뿌리 정치인 육성의 필요성이 제기돼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인천의 한 다선 의원(당선인)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당내 인사들과 유권자들에게 "이번이 마지막 국회의원 선거"라고 공언한 사실이 회자된 적이 있다. 혹자는 당선 이후엔 마음이 바뀌었고, 국회의원직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그가 인천에서 스스로 국회의원 자리를 내려놓고 지역 기반 새 인재를 위한 자리를 내어주는 첫 사례를 만들기를 바란다. '선거구 물려주기'가 아닌 '내부 경쟁을 통한 발탁'이 이뤄지면 좋겠다. 결국 현역의원들이 변하지 않으면 지역정치는 꽃을 피울 수 없다.

/김명래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