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묻힌 비석… 쓰러진 성물 방치
조문객 "영구매장묘는 소홀 의심"
"적은 관리비, 인력 충원 힘든 탓"
"묘 옆에 돌무더기가 한가득 입니다. 지난 여름에 쓰러진 나무도 아직까지 방치돼 있어요."
지난달 용인시 처인구 모현읍에 위치한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을 찾은 허모(76)씨는 부모님의 묘지가 방치돼 있는 것을 보고 기함했다. 허씨는 지난 1989년 아버지를 이곳에 모시고 이후 1997년 어머니까지 함께 모신 뒤 1년에 두 차례씩은 늘 산소에 방문했다.
수십 년째 이곳 공원묘원을 찾고 있지만, 몇 년 전부터 벌초가 부실하고 쓰레기 또한 방치돼 있는 등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때마다 공원 관리사무소 측에 관리를 부탁했으나, 달라지는 건 없었다.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의 관리가 부실하다는 조문객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은 서울대교구에서 관리하는 천주교 신자들을 위한 공원묘원으로 1970년 6월 조성돼 현재 100만㎡ 규모에 2만구 넘게 안장돼 있다. 이중 80%는 매장묘역이며 수십년이 넘은 오래된 구역도 다수 존재한다.
지난 26일 찾아간 이곳 매장묘역 구간에선 조문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관리 부실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공원묘원 특성상 산에 위치해 비탈길과 비포장도로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일부 묘지의 비석은 땅에 반쯤 묻혀있거나 깨져 있어 정확한 위치를 찾기 힘들었다.
일부 묘지 근처에는 공사 후 남은 석재들이 그대로 쌓여 있었고 뿌리 뽑힌 나무가 그대로 방치돼 있어 이곳을 찾는 조문객들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었다. 천주교 신자들의 묘원이라 묘지 근처엔 성모상이나 십자가 등도 눈에 띄었지만 깨진 채 쓰러져 있는 경우도 더러 볼 수 있었다.
유족들은 매년 관리비를 내고 있는데도 관리가 허술하다며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김모(68·여)씨는 "분양 중인 봉안당과 달리 이미 분양이 끝난 영구매장묘는 상대적으로 관리를 소홀히 하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오래된 묘일수록 더 많은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측은 넓은 규모 대비 관리 인원이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해명했다. 실제 이곳은 코로나 19 이전까지 20명 넘는 인원이 관리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정규직 3명과 일용직 12명이 전부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사설 묘지가 아닌 천주교 재단이 관리하는 묘원이라 관리비를 다른 곳보다 저렴하게 1년에 2만5천원만 받고 있는데, 이렇다 보니 관리직원들의 인건비를 많이 주기 어렵고 인력 충원도 힘든 실정"이라며 "민원이 발생하는 곳부터 최대한 신속하게 조치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