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첫 회담'


민생·국정현안 논의 '중요한 의미'
尹, 李 모두발언 경청 충분히 대화
선의·성의로 야당과 대화 물꼬 터

李 "답답했다… 소통의 첫장 의미"
여·야·정 민생협의체 입장 평행선
각종의혹 비공개회담서 언급 안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비롯 대통령실의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민주당측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 등이 차담회를 하고 있다. 2024.4.29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오후 '윤·이 회동'을 통해 서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대통령실은 4·10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고리로 서로 상대의 말을 경청하며 해법을 모색하는 이른바 정치 복원 및 협치의 신뢰 구축을 위해 한 발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15분간 모두 발언을 통해 민생회복과 국정전환을 기조로 요구한 10여개 이상의 민생 현안에 대해 논의하지 못했거나,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크게 아쉬워하는 표정이었다.

다만 소통과 그 필요성 자체에 대해선 서로 공감했고 앞으로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먼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2시간 15분에 걸친 회동 후 가진 기자 브리핑에서 "민생 문제와 국정 현안을 논의했다는 데 가장 중요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충분히 들으려고 이 대표를 초청했고, 이 대표가 15분간의 모두 발언을 통해 논의할 의제를 다 얘기했기 때문에 그런 의제들에 대해 충분히 대화했다"고 밝혔다. 또한 "정치의 복원, 여야 협치 시도 바로 이런 것이 지난 총선을 통해 확인된 민심이라고 저희는 보고 있고, 오늘 만남이 그 민심에 수긍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회동 결과에 대해 이날 오후 20분 간격으로 각각 브리핑 했다.

이를 토대로 성과를 짚어 보면, 대통령실은 일단 "갈등이 정국을 정상화해서 정치를 복원하고 여야 간 협치를 위해 선의와 성의를 갖고 회동에 임했다"며 "이번 회담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야당과의 소통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치적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지만 소통과 협치가 계속 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이도운 수석은 밝혔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회담 후 이 대표에게 소회를 물었는데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양측 모두 '소통의 물꼬를 텄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회담에 앞서 정치권에서 기대했던 민생 현안 회의체인 '여·야·정 협의체' 구성은 실패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 대표는 민생회복 긴급조치에 대해 대통령의 결단을 주문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소상공인 지원예산을 잘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집행과정에서 여야정민생협의체를 가동해 더 논의하자고 했다"고 전하며 해당 안건에 대해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음을 시사했다.

채상병 수사외압에 대한 인식에도 입장 차이를 드러냈다.

이재명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제1책무"라며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브리핑에서 해당 안건은 비공개 회담에서 더 논의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가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고도 했지만, 역시 비공개회담에서 더 언급되지 않았다고 했다.

양측의 회담시간은 2시간 10분으로, 예상보다 두배 이상 길어졌는데 안건들이 논의되지 않은데 대해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모두발언 뒤 비공개회담이 이 대표가 화두를 꺼내면 윤 대통령이 답변을 했는데, 답변이 상당히 길었다"면서 "먼저 언론보도 명예훼손혐의에 대한 압수수색 문제, R&D, 연금개혁과 의료개혁, 이태원특별법, 여야정 민생협의체로 의제가 이어졌다. 나머지 주제는 논의할 시간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대표를 비롯해 민주당 참석자들은 대통령실의 상황인식이 절박하지 않다는 평가를 하고, 이 부분이 가장 실망스럽다고도 했다. 천준호 비서실장은 "사전 의제를 충분히 조율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고,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다음 영수회담으로 이어진다면 구체적인 의제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도운 홍보수석은 "대통령실은 갈등이 정국을 정상화해서 정치를 복원하고 여야 간 소통과 협치가 계속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차담회는 오후 2시부터 4시 15분까지 2시간 15분간 진행했고, 차담회에 참석한 대통령실의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과 민주당측 천준호 대표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 등 배석자는 2층 현관에서 기념 촬영을 하기도 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