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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용변을 볼 때마다 다른 교사들에게 '저 화장실에 있으니 오지 말아주세요'라고 말해야 하는 게 믿어지시나요? 저를 비롯해 대부분의 유치원 교사들은 상황이 주어진 대로 그냥 근무하는 것에 익숙해졌는데, 생각해 보니 정말 하나도 존중받지 못하고 있었더라고요."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가 공립유치원 교사들의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고자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한 유치원 교사와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개방된 화장실에서 유아용 변기로 용변을 보고 하루 종일 유아용 책걸상을 사용하는 등 고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는데, 대화하는 동안 이 교사의 얼굴에선 그동안 이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허탈감이 묻어났다. 유치원 교사들이 교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기는 지난해 9월께다. 당시 '서이초 교사' 사건을 계기로 각종 교권 보호 대책이 쏟아지던 시기였다. 그런데 학교 민원기동대 파견, 교권보호위원회 운영 강화, 문제 학생 즉시 분리 조치 등 초·중등 교사에 대한 각종 안전망이 마련된 것과 비교해 유치원 교사들을 위한 방안은 피해 교사 상담, 보결 전담 교사 지원 등에 그쳤다.

유치원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무리한 요구나 악성 민원에 노출되더라도 원아가 어리다는 이유로 분리 조치가 사실상 어렵다. 인천지역 유치원 중 교사들의 교권 침해 사안에 대응하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자체 설치한 비율은 2%도 채 되지 않고, 인천시교육청이 운영 중인 교권보호위원회에도 유치원 관련 위원은 한 명도 없다. 유치원 교사들은 교권 침해를 당해도 도움을 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 셈이다.

흔히 유치원 교사들은 교원 사회에서 '소수 집단'이라고 불린다. 그래서인지 교권 보호 방안이나 처우 개선을 논의할 때 유치원은 '무풍지대'나 다름없을 때가 많다. 유치원 교사들의 근무 환경은 유아교육의 질로도 연결된다. 이제라도 유치원 교사들의 인권·교권 보호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김희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