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판 설치전 거더 올리던중 사고
중간부 변형… 부러졌을 가능성
인양중 장비, 균형 상실했을수도
관계기관 합동감식… 결과 주목


002.jpg
교량 붕괴사고로 작업자와 시민 등 7명이 다친 시흥시 월곶동 고가차로 건설현장에서 1일 오후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수사전담팀을 꾸려 국과수 등 관계기관과 2일 합동 감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024.5.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시흥 고가교 건설현장에서의 붕괴 사고(5월1일자 7면 보도=시흥 월곶 교각 '와르르')는 2대의 크레인이 교각 위에 9번째로 올려놓으려던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거더(교량 상판 밑을 받치도록 설치하는 보 구조물)를 떨어뜨리며 나머지 8개의 거더가 도미노처럼 순차적으로 추락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크레인이 균형을 잃은 건지, 미리 제작된 콘크리트 거더가 자체 결함으로 변형돼 추락까지 이어졌는지는 경찰과 관계기관의 합동감식을 거쳐 밝혀질 전망이다.

1일 오전 시흥시 월곶동 520-151번지 일원 붕괴 현장에서 만난 시공사와 경찰 등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 31분께 양쪽에서 하이드로 크레인 2대가 1개의 PC 거더(약 160t)를 들어 올리다가 떨어뜨리며 발생했다.

이 공사는 두 교각 위에 총 9개의 거더를 올려 받친 뒤 최종적으로 상판 구조물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 중이었는데, 앞서 8개 설치를 마치고 마지막 9번째 거더를 올리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다른 구간도 거더만 올려져 있었을 뿐 상판까지 설치된 구간은 없었다.

이에 당시 추락한 거더가 인접 거더에 가한 충격으로 나머지 8개 거더가 연쇄적으로 추락한 장면이 경찰이 확보한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사고 당시엔 이미 올려진 8개 거더 중 일부에 임시 지지대를 설치하기 위한 용접 작업자 2명이 투입돼 있었고 이들이 추락하며 중상을 입었다.

사고의 발단이 거더를 인양하던 크레인인지, 거더의 자체적 구조 결함인지는 향후 경찰 수사 결과로 드러날 전망이다. 경찰은 인양되던 거더의 중간부가 구조적 변형으로 부러지면서 인접 거더를 충격한 점을 고려해 거더의 자체적 결함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프리캐스트로 미리 제작돼 현장에서는 설치만 진행된 거더의 내부 콘크리트 또는 철근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1개당 160여 t에 달하는 거더를 인양하던 중 한쪽 크레인이 균형을 잃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한 2대 중 1대의 크레인은 축 하단부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이례적인 사고에 시공사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상태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사고 원인이)크레인 조작 미숙인지 거더의 결함인지는 아직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다"며 "연쇄적으로 붕괴했지만, 기존에 올려져 있던 8개 거더 일부에 지지대를 설치해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시흥경찰서는 이날 18명 규모로 이번 사건 수사전담팀을 꾸렸으며 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과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준석·김지원기자 joons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