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행복추구권 위해
탄소중립 입법 실현하겠다"
위헌 결정땐 관련 법 개정해야
'재생에너지 전환' 세계적 대세
미군공여지 'RE100 실현' 구상
국지성 호우로 인한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같은 재난·재해에서부터 일조량 부족으로 인한 금사과와 같은 일상의 침해까지, 기후위기는 우리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전제조건이 됐다.
이를 간파한 청소년들은 '청소년기후행동'을 만들어 탄소감축에 나서줄 것을 외쳤다. 어른들이 이들을 보며 그저 '대견하다'고 쓰다듬을 때 청소년의 목소리를 무게감 있게 받아들이고 '청소년기후소송' 대리인을 맡은 이가 박지혜 변호사다.
그는 4년 정도 이 소송을 진행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인재로 22대 국회의원(의정부갑) 선거에 나서 54.89%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박 당선인은 헌법재판소가 원고 승소 판정을 내릴 경우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에 나설 것과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우리 산업계 전반의 변화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지난 1일 국회 사랑재 앞에서 박 당선인을 만났다.
-청소년기후소송이 무엇인가.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우리나라 청소년 19명이 한국의 기후 정책이 너무 미약해서 앞으로 살아갈 청년 세대의 환경권, 그리고 여러가지 행복 추구권 등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기후 정책을 더 강화해 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헌법 소원이다.
당시에 네덜란드 사례를 보며 청소년들이 헌법소원을 아이디어로 냈다.
당시 저는 삼척 석탄발전소 취소소송을 하고 있었는데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이 문제가 우리 청년세대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안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깨달았다.
청소년들이 변호사를 선택했고 피고를 정부로 하나, 전력공사로 하나, 국회로 하나 이런 것을 스스로 정했다. 청소년들의 의지가 굉장히 강했다."
-얼마 전에 헌법재판소가 이 소송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재판관들도 이게 헌법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고 판단해 변론을 들어본 것 같다. 지난 4월 말에 공개변론을 1차로 했고, 이달 말에 한 차례 더 하는 것으로 안다. 이렇게 공개 변론을 두 번씩 하는 것도 흔치 않아서 뭔가 전향적인 판단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하더라."
-입법으로 이어질 수 있나.
"당연하다. 만약 헌법불합치 결정이나 위헌 결정이 날 경우, 지금 심판 대상이 되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제시된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 자체, 그리고 관련된 탄소중립기본법의 규정들을 개정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헌법소원 제기는 탄소중립은 실현불가능하다며 자포자기하는 어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들은 2020년 감축목표를 지키기는커녕 1억t 정도를 초과 배출한 뒤 이 목표를 없던 일로 폐기하고 2030목표를 다시 세운 정부를 향해 '목표 불이행은 위헌'이라고 꼬집었다. 기성세대는 탄소중립을 마치 다이어트 목표 미달을 판정하듯 쉽게 폐기처분했지만 우리의 미래세대는 이 문제를 '우리가 안정된 평범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가 훼손되고 있다'고 짚었다.
-경기도에 반도체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은 반도체 산단에 RE100을 실현하겠다고 했고, 국민의힘은 재생에너지로는 전력공급이 불안정해 산업이 위기에 처한다고 반박했다. 어떤 말씀 주시겠나.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판단할 이슈는 아닌 것 같다. 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정리되고 있는데, 올해 처음으로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가 석탄발전을 추월하는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탈원전을 달성한 독일은, 유럽 대표 제조업 국가인 독일은, 2045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한다. 이게 국제적 트렌드다. 우리가 현재 재생에너지가 부족하고 기술이 덜 발전했다고 해서 불가능한 목표라고 얘기하는 것은 이 방향으로 뛰지 않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에서 미래를 찾는 것이 대세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희망하고 있다. 이유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맨 처음 해야할 것이 에너지 전환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 첫걸음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어서 이를 해내기 위해 산자위에서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일들을 해야 한다."
-1호 법안으로 '한국형 IRA(탄소중립산업법)' 제정에 나서겠다고 했다.
"충분한 기술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국내에서 미래를 찾기보다 해외에서 미래를 보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도 국내에서 에너지전환하고 경제발전도 이루는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법이다."
-지구변호사 박지혜는 의정부시에 어떤 꿈을 꾸나.
"선거운동기간동안 지역을 다녀보니 결국은 지역 내에서 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야겠더라. 그래야 서울로 출퇴근하는 수요를 줄이고, 자족도시로 거듭내면서, 시의 재정도 튼튼해진다. 이를 위해 반환되는 공여지, 캠프 레드클라우드를 활용해 미래 에너지 R&D 센터를 유치하고 이 단지 자체를 RE100을 실현하는 등의 구상을 하고 있다."
/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