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한 협력업체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위한 쟁의권을 얻어 단체행동에 나선다. ‘무노조 경영’ 전통의 삼성전자에서 최근 첫 단체행동이 일어난 것을 계기로 노동권 존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하청업체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협력 물류업체인 하나로넷의 노동조합은 지난 9일 열린 임금협상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투표 참여 조합원 284명 중 234명이 찬성(82%)해 단체행동권을 확보했다. 투표는 9번에 걸친 사측과의 임금협상과 두 차례의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조정이 결렬되면서 진행됐다. 노조는 실질임금평균인상률 7.4%를 사측은 2.5%를 제시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이번주 중으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노조는 밝혔다.
하나로넷은 화물운송 대행업체 ‘하나로TNS’의 자회사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물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21년 말 ‘에스디물류’와 ‘토스’가 합병되면서 탄생했다. 지난 2022년 고용불안 해소를 목적으로 조직된 노조에는 이날 기준 직원 520명 중 328명이 가입한 상태다.
유병문 하나로넷 노조위원장은 “10일 오전 회사 측에 집회를 열겠다고 통보했다. 그동안 하청업체에서 계약직 직원의 재계약 문제 등으로 소규모 집회를 연 적은 있지만, 임금협상 목적의 대규모 집회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며 “원청사인 삼성전자 노조의 집회가 우리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하나로넷 측은 전 직원에게 전달한 담화문을 통해 “노조가 주장하는 7.4%의 임금 인상안은 연간 27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하고, 단체행동이 일어나면 반도체 부문에 어려움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의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며 “노조가 양보하는 자세로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하길 바란다”고 밝힌 상태다.
한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앞서 임금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달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부품연구동(DSR)에서 창립 55년만에 첫 집회를 개최했고 오는 24일엔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에서 추가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