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데저트’ 애리조나주와 교류협력 물꼬
온세미 본사 방문해 경기도 투자 유치 독려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 중인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애리조나주를 방문해 처음으로 양 지역 간 교류협력 물꼬를 텄다.
김 지사는 현지 시각 14일 오후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 위치한 애리조나통상공사에서 케이티 홉스(Katie Hobbs) 주지사를 만나 우호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두 지역은 기업교류, 스타트업, IT, 첨단산업(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청년, 문화·체육, 기후위기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 서남부 사막지대에 위치한 애리조나는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를 연상시키는 ‘실리콘 데저트(silicon desert)’로 불리고 있을 만큼 첨단산업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애리조나주는 기후 대응에 적극적인 주지사들이 모인 미국 기후동맹(U.S. Climate Alliance)에 속해있기도 해 기후위기 대응에서의 지방정부로서의 역할을 공유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경기도와 애리조나는 태생부터 어울리는 파트너로 오늘 협약은 첨단산업, 기후변화 등 여러 분야에서 우리의 혁신동맹을 더 강화시킬 것”이라며 “첨단산업, 반도체, 배터리 업계에서 경기-애리조나 라인을 구축해 나가자. 경기-애리조나 라인은 우리의 공동번영과 오랜 파트너십의 출발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케이티 홉스(Katie Hobbs)는 “양 지역이 서로 비슷한 점이 많고, 서로의 장점을 통해 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배터리, 반도체,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기술협력, 연구개발(R&D) 협력, 혁신 공유를 통해 각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은 앞서 지난해 9월 홉스 지사의 한국 방문 일정 중 서울에서 만나 양 지역의 동맹 의지를 다진 바 있다. 이후 홉스 주지사는 지난해 11월 김 지사에게 편지를 보내 “경기도와 장기적으로 성공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저희의 최우선 과제다. 애리조나주에 지사님을 초대하고 싶다”는 초청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교류협력의 첫 사례로는 이날 경기도 차세대융합기술원과 한양대가 애리조나주립대에 반도체 분야 국제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의향서(LOI)를 전달했다. 의향서는 반도체 분야 공동 연구개발 과제 발굴, 인프라 공동 활용 등의 내용을 담았다. 차세대융합기술원은 차세대 반도체 소재 연구 지원, 애리조나주립대는 300mm 공정설비 활용 연구, 한양대는 나노 계측 등의 분야에서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김 지사는 한국인 전문직 비자 쿼터 증대를 위해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인 한국 파트너 법안 통과에 애써달라고 요청하자 홉스 지사는 “가능한 한 노력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 온세미 본사 방문해 경기도에 추가 투자 독려
이날 오후 1시 김 지사는 스콧츠데일시에 위치한 온세미 본사에서 하싼 엘 코우리(Hassane El-Khoury) 온세미 회장, 왕웨이청 최고운영책인자(COO), 강병곤 사장 등과 만나 경기도 중소기업과의 상호협력과 추가 투자 등을 당부했다.
앞서 지난 3월 20일 자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온세미는 2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기도는 비메모리 분야 온세미의 추가 투자를 경기도에 유치하기 위해 본사를 방문한 것이다.
왕웨이청 온세미 최고운영책인자(COO)는 “지난 2년 사이 부천 사이트에 10억 달러 넘는 돈을 투자해 실리콘 카바이드 신규 제조 라인을 만들었다”며 “앞으로도 추가 투자를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계속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싼 엘 코우리(Hassane El-Khoury) 온세미 회장은 워싱턴DC에서 열린 정부 회의 참석으로 50여 분 늦게 도착했다. 그는 “잠깐이라도 뵙고 싶어 긴급히 날아왔다. 온세미 코리아 투자를 잘 지원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앞으로 부천에서 만든 비메모리 반도체가 전 세계 전기차에 탑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지사는 “온세미 코리아는 한국 반도체 역사의 효시와 같은 곳이고 경기도에도 너무나 중요한 파트너”라며 “적극적인 투자 결정을 부탁드리며 부천시와 함께 필요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온세미는 자동차 산업 뿐만 아니라 전기자동차와 에너지 그리드, 산업 자동화, 5G, 클라우드 인프라 등 분야에서 지난해 매출 83억 달러를 기록했다. 1974년 부천에서 창업한 한국 반도체의 후신 기업을 2016년 온세미가 인수하며 한국 반도체의 역사와 함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부천에 차세대 비메모리 전력반도체 최첨단 연구소와 제조시설을 준공했다.
한편, 김 지사는 지난 6일부터 오는 18일까지 해외투자 유치 및 국제 교류협력 확대를 위해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