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 당동서 화재… 2명 사상
충전중 배터리 관련 폭발 추정
군포시 당동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발생한 화재(5월14일 인터넷 보도=군포 다가구주택 화재…베트남인 1명 사망·1명 중상)로 부부 사이인 베트남 국적 30대 아내가 숨지고 남편은 중태에 빠졌다. 한국에서 두 자녀를 낳고 밤낮없이 일해온 부부를 기억하는 이웃들은 갑작스런 사고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군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전 2시께 당동의 3층짜리 다가구주택 1층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30대 여성 A씨가 숨지고, 30대 남성 B씨가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일 오전 10시께 찾은 화재 건물 외벽에는 화마의 흔적을 보여주듯 그을음이 가득했다. 불이 난 1층 유리창은 모두 깨져있었고, 창문 너머론 불에 탄 옷가지가 빨래 건조대에 널린 채였다. 불이 난 집 위층에 사는 C(68)씨는 "새벽 2시쯤 가스가 폭발한 듯한 굉음이 들린 뒤에 비명 소리와 창문이 깨지는 소리가 연달아 났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불이 집 안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자전거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 감식 당시 가스밸브는 잠겨있었고 폭발한 배터리를 포함해 멀티탭에 배터리 10여개가 충전 중이었기 때문이다. 주택에 거주하는 다른 주민들은 모두 대피했다는 점에서 부부는 폭발사고 당시 크게 다쳐 탈출할 새가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10여년 전 한국에 들어와 생활해 온 이 부부는 지난 1월 서울에서 군포로 거처를 옮겼다. A씨는 매일 전기자전거를 타고 인근 회사로 출·퇴근했고, B씨는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낳은 6살, 2살 두 자녀는 현재 베트남에서 시부모가 키우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해당 주택에 사는 주민들은 왕래가 잦지는 않았다면서도, '열심히 살던 사람'으로 이들 부부를 기억했다.
부부의 부동산 계약을 맡았던 공인중개사 조모씨는 "A씨가 평일 늦게까지 일하는 탓에 부동산 계약을 주말 오후에나 할 수 있었고 계약 당일에도 일을 마치자마자 급하게 왔던 걸로 기억한다"며 "비가 오는 날이어서 우산을 건넸었는데 오늘 (화재가 난) 건물 앞에 가보니 그 우산이 놓여 있었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멀티탭에서 화재가 먼저 시작됐는지, 아니면 배터리가 먼저 폭발한 건지 등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