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수원고검·지검장으로 임명된 권순정(50·29기) 수원고검장과 김유철(55·29기) 수원지검장의 취임식이 16일 오후 열렸다. 권 고검장은 취임 일성부터 ‘법정에 선 범죄자의 말 한마디’, ‘허위 선동’ 등의 표현으로 최근 야권의 공세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내놓은 반면, 김 지검장은 “늘 긴장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두 검사장의 취임식은 이날 수원지검 3층 대강당에서 오후 2시20분께 권 고검장 취임식이 먼저 열린 뒤 오후 3시10분께 김 지검장 취임식이 이어서 진행됐다. 먼저 행사를 치른 권 고검장은 취임 일성부터 “수사기관이 적법하게 확보한 진술이 법정에 선 범죄자의 말 한마디로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굳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했다.
그는 또 “안타깝게도 현재 사법시스템은 피고인이 말을 뒤집고 거짓 주장을 하더라도 그 자체로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 구조이다. 이런 허점과 흠결은 범죄자들이 거꾸로 법집행기관을 공격하고, 허위 선동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토대가 된다”며 “제도를 개선하는 일이 정책부서만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인 법 집행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들을 꼼꼼하게 찾아내고 바람직한 개선 방향까지 고민해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법정 밖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쌍방울그룹 뇌물수수 및 대북송금(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오는 6월 선고기일이 예정된 이 전 부지사는 검찰에 소위 ‘술판 회유 의혹’ 등을 제기하며 검찰 관계자들을 고발하고 쌍방 입장문을 주고받는 등 공세를 벌이고 있다.
다만 관련 수사를 직접 지휘하는 김 지검장의 일성은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지검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일이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조직을 강조하고 싶다”며 “매사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우리가 공직자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검찰에서 일을 한다는 자부심과 자존감이 있는 사람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며 “늘 긴장하고 깨어 있어야 한다. 방심이나 작은 실수가 어떤 치명상을 가져오는지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감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입장 바꿔 생각하고 풀어나가면 의외로 답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한편 권 고검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 로스쿨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2000년 군법무관으로 입직해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직, 의정부지검 형사5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대검찰청 대변인, 법무부 검찰국장 등을 지냈다. 김 지검장은 서울대 법학과 졸업, 200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서울중앙지검 금융·기업범죄전담부 부장검사, 대검 공공수사부장, 서울남부지검장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