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갯벌을 메워 만든 국제도시 송도
난관 부딪히고 여러번 계획 변경후 탄생
구도심 재생·미개발지 눈 돌리는 인천시
조급할 필요 없이 충분히 의견 수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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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
1994년 9월10일 인천에서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송도 앞바다 매립 신도시 조성 기공식. 송도신도시 조성사업의 첫 삽을 뜬 날이다. 송도는 2003년 청라, 영종과 함께 국내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부지 조성과 기업 유치 등 개발이 본격화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송도는 중앙공원·인공수로, 클래식 전용 공연장, 업무용 고층 빌딩, 국제회의·전시장, 대학시설, 기업 등이 들어서면서 국제도시다운 면모를 갖췄다. 바다와 갯벌을 메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경제특구'로 만들었으니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송도신도시 조성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수도권 과밀을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에 밀려 정부 승인이 늦어졌고, IMF 외환위기 때는 갯벌 매립과 용지 분양에 제동이 걸렸다. 최기선(1945~2018) 전 시장은 회고록에서 '중앙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계획을 관선시장 취임 후에 되살려 8월 초가 되어서야 겨우 착공 허가를 받았다'고 썼다. 송도신도시 기공식에는 최 전 시장 요청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참석했는데, 사업에 반대해 온 사람들이 "중앙정부 사업도 아닌 인천시 사업에 굳이 대통령까지 가실 필요가 없다"며 행사 참석을 만류했다는 일화가 회고록에 나온다. 대우그룹이 송도에 102층짜리 건물을 지어 본사를 옮기고 그 주변에 산업단지와 레저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IMF 경제위기로 물거품이 됐다. 사업 초기에는 매립공사 대금을 현금이 아닌 땅(아파트 용지)으로 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반이 약한 갯벌 매립지에 건물을 세우면 기울거나 무너질 수 있다", "지방정부가 막대한 사업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 등 부정적 시각도 있었다. 현재 송도의 모습은 과거 세간의 의구심이 기우였음을 보여준다.

이제 송도는 국내 바이오산업을 대표하는 곳이 됐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입주해 공장을 가동하면서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송도신도시 애초 그림은 '주거단지'였다. 인천시가 1980년대 후반 수립한 송도신도시 계획은 '항만시설(신항)' '주거단지' '유보지'로 구성됐다. 이재창 관선 4대 시장은 1988년 인천을 방문한 노태우 대통령에게 인구 25만명을 수용하는 해상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보고했다. 노태우 정부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에 묻어가면서 속도를 내는가 싶더니 반대에 부딪혔다. 관선 7대 최기선 시정부 들어 인천 내부적으로도 베드타운이 아닌 첨단 기능의 도시를 조성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트라이 포트'(tri-port) 전략이다. 에어포트(air-port·공항), 시포트(sea-port·항만), 텔레포트(tele-port·송도)를 축으로 인천을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었다. 지금의 송도는 국제금융·무역·정보통신 등 국제적 정보업무센터 개념의 텔레포트보다 향상된 첨단 지식·서비스산업 거점이 됐다.

요즘 인천시 정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술자리 화두는 민선 8기 유정복 시장의 핵심 사업인 '제물포 르네상스'와 '글로벌 톱텐 시티'다. 내항 등 구도심 주요 거점을 재개발하고, 강화도 남단 등 미개발지에 투자를 유치하는 프로젝트다. 20년 전 송도신도시 조성사업이 그러했듯 실현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인천시가 구도심 재생과 미개발지 개발에 눈을 돌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개발 범위·주제와 방식·시기, 그리고 사업의 명칭은 다를 수 있어도 구도심 재생과 미개발지 개발의 당위성은 부정하기 어렵다. 다만 면밀한 검토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오큘러스타워'(자유공원 초고층 전망대)처럼 여러 개발계획이 발표되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다 보니 사업 기간과 재원 마련 계획이 불명확하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다.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고 조급할 필요는 없다. 송도와 같이 대형 개발사업이란 각종 어려움에 부딪히고 여러 차례 개발계획이 변경되기 마련이다.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긴 사업일수록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목동훈 인천본사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