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내 들어온 알코올 중추신경계 보상회로 자극
음주 반복시 쾌감 충족 위해 더 많이 마시게 돼
개인 의지 아닌 의학적 치료·관리 필요한 질병

잦은 술자리와 과음으로 "알코올 중독"이라고 가족이나 지인들한테서 타박을 받아본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 같다.
알코올 중독의 정식 병명은 '알코올 사용 장애'(Alcohol Use Disorder)이다. 과거에는 알코올 의존과 알코올 남용으로 나뉘었다가 지금은 통합해 사용하는 용어라고 한다.
인하대병원 김양식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알코올 사용 장애는 유전적으로 중독적인 물질 사용에 취약한 사람들이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음주를 하게 되고, 음주를 반복하게 되면서 뇌 중독 회로가 강화돼 형성되는 뇌 질환"이라며 "개인의 의지가 아니라 의학적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체내로 들어온 알코올은 뇌의 특수한 중추신경계인 보상회로를 자극하게 되는데, 이때 쾌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술을 반복적으로 마시다 보면 보상회로가 지나치게 자극되면서 회로의 기능적인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김 교수는 "똑같은 양을 마신다고 하더라도 이전과 같은 만족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며 "알코올 사용 장애는 쾌감 충족을 위해 음주를 더 많이, 더 자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알코올 조절 능력에 따라 중독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술을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이 마시거나 오랜 기간 마신다 ▲반복적으로 술을 먹어 다음날 일에 지장이 간다 ▲음주 때문에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신체적으로 해가 돼도 끊지 못한다 ▲음주와 관련된 활동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알코올을 끊었을 때 불면증, 식은땀, 손떨림, 불안과 초조 등의 금단증상이 생긴다 등 6가지 사례 중 4가지 이상이면 알코올 사용 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고 했다.
술을 조절하고 자제할 수 있느냐, 그리고 음주로 인해 사회적·직업적·신체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느냐가 알코올 사용 장애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알코올 사용 장애를 극복하려면 최대한 술에 관련된 자극들을 없애야 한다. 술자리를 줄이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를 만드는 것이 도움이 된다. 술을 끊다 보면 잠이 오지 않고, 속이 메스껍고 불안하고 식은땀이 나는 등 금단증상이 발생한다면 이를 없애줄 수 있는 약물 치료 등을 받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알코올 사용 장애는 완치의 개념보다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라며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지해 알코올에 의지하지 않고 스트레스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음주 습관과 촉발 요인을 파악해 알코올에 대한 욕구와 잘못된 인지 수정, 알코올을 끊을 수 있는 동기를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며 "약물 치료와 외래 진료에도 호전이 없거나 심각하게 일상생활에서 본인과 타인에게 문제를 불러온다면 입원을 통해 치료받아야 한다"고 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