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뿔싸 나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재빨리 다시 기억을 더듬어 봤지만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목격했던 광경은 가물가물했다. 정말 내가 본 것이 맞았을까. 확신을 하지 못해 결국 내가 본 것이 정확하지 않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날 아무 정보도 건지지 못한 채 회사로 복귀하는 내내, 몰라서 보지 못했고 봤어도 내가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던 데 따른 분함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어느 취재 현장에서나 통용되는 말이겠지만 특히 사고 현장에 갈 땐 더 절실히 와 닿는다. 지난달 시흥에서 고가교가 무너져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 현장에서도 그랬다. 사고 소식을 듣고 시흥으로 달려가던 중 과거 비슷한 사례를 찾아봤다. 고가교가 어떻게 건설되고 어떤 부분이 위험한지, 안전 수칙과 관련 법령들까지 살피고 또 살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이전에 취재하며 알게 된 건설업계 종사자들에게 일일이 연락해가며 도움을 받았다.
그럼에도 현장에 도착하니 여전히 내가 모르는 것이 넘쳐났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그래서 누구에게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는 이전에 비해 또렷해졌다. 휘어진 철골, 부서진 구조물을 하나하나 사진으로 남기고 제대로 보았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다.
지난 17일 경찰은 시흥 고가교 붕괴 사고 현장의 시공사 SK에코플랜트와 시행사 한국수자원공사, 하청업체 등 공사와 관련된 7개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철저한 수사로 하루빨리 사고의 원인과 책임이 명백히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현장을 분명히 목격한 기자에겐 끝까지 물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김지원 사회부 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