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5·18묘역 방명록에 기록
윤석열 정권 비판하는 어조도 점점 강해져
임기반환점 정무직 개편 '비명계 인사' 중용
약점인 '세력화' 필요… 눈치볼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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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성 정치부장
"시동을 걸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최근 행보를 지켜보고 있는 정치권에서 나오는 말이다. 대선은 3년, 다음 지방선거는 2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김동연 지사의 몸풀기가 체감되고 있다는 것. 5월 광주는 김 지사가 공을 들이는 시대 정신이다. 5월3일, 김 지사는 누구보다 빨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혼자만이 아니었다. 부지사들은 물론, 산하 공공기관장들도 함께 광주로 내려갔다. 물론 김 지사의 뜻이 반영된 일이다. 경기도 주요 간부·기관장이 국립 5·18민주묘지를 공동 참배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지사는 방명록에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광주 정신으로 대한민국 대전환을 이루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그의 목표가 '대한민국 대전환'임이 정확히 기록됐다. 23일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해 메시지를 낼 예정이다.

정권을 비판하는 김동연 지사의 어조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자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께서는 정말 관련이 없습니까?"라고 직격했다. 앞서 윤 대통령의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사오정 기자회견'에 '답이 없는 대통령'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며 비판했다. "수사를 막을 수는 있어도 국민 저항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게 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김 지사의 분석이자 평가다. 현 권력의 발언과 행동마다 정치권에서는 댓글과 주석이 달란다. 가장 적극적인 사람들은 차기를 꿈꾸는 잠룡들이다.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비이재명계' 인사를 중용한 정무직 개편에서는 '시동'을 건 김 지사의 목적이 더욱 분명해져 보인다. 안정곤 신임 비서실장의 경우 최근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에 대해 쓴소리를 마다않는 유인태 전 의원의 보좌관 출신이다. 문재인 대통령비서실에서는 선임행정관을 지냈다. 신봉훈 신임 정책수석은 참여정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이후 박남춘 인천시장 시절, 인천시 소통협력관으로 일한 바 있다. 지난 총선에서 새로운미래로 당적을 옮긴 홍영표 의원의 보좌관이기도 했다. 경기도는 이 2명의 정무직 인사에 대해 '김동연 도지사와 기존 인연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인연을 만들고 싶다'로 읽힌다. "삼고초려 했다"는 내용은 체면상 굳이 공개하지 않는 게 더 나을 뻔했다.

2년 뒤 재선 또는 3년 뒤 대선을 도전하려는 김 지사의 정치적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난 총선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차기 대선주자로의 이재명 대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이번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서 낙마한 추미애 당선인과 이미 사전에 추미애를 지지하며 단일화를 선언한 조정식 의원 등 2명의 '6선 의원'들이 다음 지선에서 경기도지사에 도전할 것이란 이야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에서 더 그렇다. 추 당선인은 서울시장 경선에 나선 바 있고, 조 의원은 지난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 지사의 경선 상대이기도 했다. '친명'을 넘어 '찐명'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다.

"세상을 바꾸려거든 힘부터 기르세요." KBS 대하드라마 정도전에서 주요 인물이었던 정치 9단 '이인임'의 어록은 지금도 회자 된다. "난 누구의 편도 아니오"라는 최영 장군의 말에 "대감이 내게 패배한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정치는 세력이거든요"라고 답한 이인임의 명언(?)은 700년 세월과 상관없이 정치는 변함이 없구나를 느끼게 해준다. 김동연의 꿈인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해서는 김동연의 세력화도 필요하다. 그게 현실 정치고, 그간의 김동연의 약점이기도 했다. 친노·친문 세력이 김 지사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것은 의도하거나 의도치 않아도 일어날 수 있는 정치적 반응이다. 권력의 꿈을 꾸면서 굳이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경기도지사는 과거도 지금도 앞으로도 자동적으로 대권 주자가 된다. 장기적인 호흡에선 도지사 재선도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김 지사가 어떻게 올라타느냐가 문제다.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