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KT, DL건설·LF그룹 등 대기업들 소송 불사 '진흙탕 싸움'
하남시·LH 등 공공기관도… 전문가 "천재지변 미해당 추가지급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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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을 둘러싸고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이 늘어나고 있다. /경인일보DB

경기도 내에서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발주처와 시공사 간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비 급등의 원인이 천재지변 등에 해당하는 사안이 아님에도 시공사 측에서 추가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발주처들만 난감해 하는 모양새다.

2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쌍용건설은 지난 2020년 KT로부터 판교에 신사옥을 짓는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공사비는 총 967억원을 책정해 도급 계약을 맺었으며, 지난해 4월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쌍용건설이 KT에 공사비 상승분 171억원 분담을 요구했고, KT는 '물가변동배제특약'을 이유로 거부했다.

'이미 공사 기간 연장해줬고, 공사비도 증액했다'는 입장인 KT 측은 추가 공사비를 지급할 이유가 없음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의 '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DL건설 역시 안양 물류센터 재건축사업과 관련해서 LF그룹과 갈등을 빚고 있다. 총 공사비 1천190억원으로 도급 계약을 체결해 지난해 11월 준공했지만, 공사 과정에서 오염된 토지가 발견돼 기간이 6개월 지연됐다는 이유로 공사비 400억원을 추가로 요구,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DL건설은 소송을 준비 중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2월 용인테크노밸리를 상대로 118억원 규모 용인 구성 지식산업센터 공사대금 청구소송도 냈다.

이런 문제는 공공기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하남시는 지난 2018년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 일일 처리용량 1만2천382t 규모의 하수처리장을 증설하는 내용의 '하남감일 공공주택지구 하수도 원인자부담금 납부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LH가 사업비 314억원을 부담키로 했지만, 협약 이후 건설비와 자재비 등 물가변동으로 인해 부담금은 594억원으로 253억원이 증가했다. 이에 하남시는 LH에 증가분 납부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발주처들은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추가 공사비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한 발주처 관계자는 "계약할 때 공사기간이 정해지고, 그 기간에 물가가 올라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물가변동 배제특약을 명시해 계약한다"며 "시공사에서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더 달라고 하는데, 반대로 자재비가 내려간 상태에서 공사가 끝났다면 남은 비용은 돌려줄 것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 계약서대로 진행하고 불분명한 것은 발주처와 시공사 간 협의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사전에 합의된 사항인데,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공사비 급등이 천재지변 등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니므로 추가 지급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상훈기자 sh2018@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