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가 기획보도한 간병 가족의 고통이 너무 처절하다. A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희귀 난치성 질환 1형 당뇨를 진단받았다. 가족 전체가 24시간 대기한다. 엄마와 단둘이 살던 B양은 초등학교 1학년 때 엄마가 쓰러졌다. 고작 8살에 보호자가 됐다. 병실에서 엄마의 대소변을 받고, 팔다리를 주물렀다. 병문안 온 친척들은 "네가 엄마 옆에 있어야지"라고 당연한 듯 당부했다. 간병의 고통을 오롯이 안은 B양은 만 16세가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간이식 수술로 엄마도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지만 8년을 오롯이 헌신했다. 간병 가족의 일상은 하나의 퍼즐만 어긋나도 연쇄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아슬아슬함의 연속이다.
지난해 7월 한국리서치가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간병에 대한 인식 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95%가 경제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긍정하면서도 현재 준비가 돼 있냐는 물음엔 7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돌봄인력 역시 63%가 본인 혹은 가족이 간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4월 조사한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에서 영 케어러의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1.6시간이었다. 홀로 환자를 돌봐야 하는 주돌봄자 영 케어러의 경우엔 '32.8시간'으로 집계됐다. 특히 영 케어러의 우울감 유병률(61.5%)은 일반 청년(8.5%)의 7배 이상을 기록했다.
정부가 내놓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전담 간호 인력이 가족 간병을 대신하는 제도다. 비용도 민간업체 간병인보다 80%가량 저렴하다. 하지만 중증질환은 대상에서 제외돼 반쪽짜리 정책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가족돌봄휴가'제도도 현실과는 동떨어진다. 가족돌봄휴직을 신청하려면, 휴직 개시 예정일 30일 전까지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장기적인 간병이 아닌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이 발생할 때는 사용하기 어렵다. 휴가기간 중 급여에 대한 규정도 없다. 급여가 대폭 깎이거나 무급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꺼리게 된다.
예고 없는 간병에 가족들의 일상은 송두리째 흔들린다. 간병 외에 삶을 계획하고 미래를 꿈꿀 여력이 없다. 간병을 '죽어야 끝나는 전쟁'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간병을 선택할 자유'가 없는 사회는 폭력적이다. 정부는 '간병=가족'이라는 등식이 깨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재설계해야 한다. 간병으로 인한 비극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