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 훈련·얼차려 받다 사망
명령 수락 범위·사고 걱정 토로
"군대 내 고문치사" 냉소 반응도
4개월 후 군 입대를 앞둔 경기지역의 한 청년은 최근 잇따른 신병교육대에서의 사망 사고 소식을 두고 "있어선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입대했다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이어지자 입대 예정자와 장병 가족들은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는 동시에 또 다른 피해가 반복되진 않을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군 입대 청년들의 생명을 국가가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분노의 목소리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불거진 두 훈련병의 죽음은 4일 간격으로 일어났다. 지난 21일 오전 9시50분께 세종시에 있는 한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중 수류탄이 폭발하며 훈련병 1명이 사망하고, 소대장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훈련병이 수류탄 안전핀을 뽑은 뒤 던지지 않았고, 대응하던 소대장도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이틀 뒤인 지난 23일 오후 5시20분께엔 강원도 인제의 한 신병교육대에서 '얼차려'라 불리는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그는 병원에 응급 이송돼 치료받았으나 25일 오후 끝내 숨졌다.
이에 오는 10월 군 입대를 앞둔 김모(22)씨는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씨는 "곧 입대하는데 비슷한 사고가 벌어질까봐 많이 걱정된다. 먼저 군입대한 친구에게 수류탄 훈련과 얼차려에 대해 물어보기도 했다"며 "군대를 가게 되면 간부와 선임이 생기는데 그들의 명령을 어디까지 따라야 하는지도 고민된다"고 토로했다.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은 자식 같은 장병들의 죽음에 분노했고, 군에 있는 자녀가 같은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마음에 불안해하고 있다. 고양시의 한 육군 부대에 복무 중인 자녀를 둔 박모(56)씨는 "누군가의 아들인데 의무를 다하러 군대에 갔다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니 허무함을 넘어 분노의 마음까지 생긴다"며 "지금 군에 있는 자녀와 하루라도 연락이 안 되면 괜히 걱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훈련병의 잇따른 죽음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도 다양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군대 가서 몸 다쳐도 나라에서 책임 안 지니 자기 몸은 자기가 챙기자"라거나 "군대에서 고문치사가 이뤄졌다"는 등의 비판과 냉소의 글을 올렸다.
한편 육군은 28일 얼차려 훈련병 사망 사고와 관련해 완전군장을 한 채로 구보와 팔굽혀펴기 등 규정에 어긋나는 군기훈련을 지시한 중대장 등 간부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강원경찰청에 수사 이첩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