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KT판교신사옥 공사비 상승분 요구
분담여부 법과 원칙 해결할 '채권채무관계'
법적 다툼… 러-우전쟁 원자재 가격 상승
'천재지변에 해당하느냐' 여부로 귀결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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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경제부장
KT 판교 신사옥, 용인테크노밸리, 안양 물류센터 재건축 등 경기도 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며 발주처와 시공사 간 분쟁이 늘고 있지만 뾰족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발주처와 시공사 모두 나름 이유와 명분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KT의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 문제다. 쌍용건설은 2020년 KT로부터 판교에 신사옥을 짓는 사업을 수주하고 총 967억원의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4월 판교사옥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 폭등과 인건비 인상 등을 이유로 쌍용건설이 KT에 공사비 상승분 171억원 분담을 요구했고, KT는 '물가변동배제특약'을 이유로 거부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에 쌍용건설도 맞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쪽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불안한 국제정세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늘어난 공사비를 발주처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한쪽은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이유로 시공사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수억원도 아닌 2023년 영업이익 318억원의 절반이 넘는 비용이 더 들어갔다면 쌍용건설의 입장도 다분히 억울한 측면이 있다는 것에 대해선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쌍용건설이 억울해하는 부분과 '법(法)과 원칙(原則)'은 별개의 문제다. 다시 말해 증가한 공사비를 더 줘야 하는지, 주지 않아도 되는지는 결국 법과 원칙으로 해결해야 하는 채권채무관계이다.

소유권 존중의 원칙과 함께 계약자유의 원칙(사적자치의 원칙), 과실책임의 원칙을 일컬어 근대 민법의 3대 원칙이라고 한다. 3대 원칙을 준수한 사인(私人) 간의 계약은 반드시 보호받아야 한다.

만약 갑의 위치였던 KT가 을이었던 쌍용건설에 '물가변동 배제 특약' 포함을 강제했다는 사실 등 우월적 지위 남용 등 계약 자유를 침해하는 사유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한 KT와 쌍용건설이 체결한 도급계약서에 포함된 '물가변동배제 특약'이 포함됐다는 것만으로는 계약자유의 원칙을 제한했다고 볼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대규모 건설현장마다 공사기간에 물가가 올라도 공사비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물가변동 배제 특약을 포함시키는 것은 일반적이다. 쌍용건설 또한 물가변동 배제 특약에 대해선 항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계약자유의 원칙 위반으로 물가변동 배제 특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는 상호 협의에 따라 일부 설계변경(공사비 증액)을 통해 변동이 이뤄질 수 있다. '이미 공사기간 연장해줬고, 공사비도 증액했다'라는 KT의 입장에서 나름 물가변동 부분을 인정해줬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또한 쌍용건설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 폭등한 것이 본인들의 과실 책임이 아니다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최소한 '수인한도를 초과하는 인상에 대해 상호 협의한다'는 내용을 도급계약서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은 쌍용건설의 과실은 아니더라도 면책 사유는 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결국 KT의 판교 신사옥 공사비 증액 문제가 법원으로 향하게 된 만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천재지변에 해당하느냐 여부로 귀결될 것으로 생각된다.

천재지변 여부에 대해 법원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겠지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사전에 합의된 사항인데, 소송으로 간다고 해도 공사비 급등이 천재지변 등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니므로 추가지급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시공사에서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더 달라고 하는데, 반대로 자재비가 내려간 상태에서 공사가 끝났다면 남은 비용은 돌려줄 것인지 의문"이라는 한 발주처 관계자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보인다.

/문성호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