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물풍선에 '대북 확성기 재개'
연천 삼곶리·파주 오금리 피로감
중재안 없이 갈등 상황 답답함도
"쉽게 맞붙어… 전쟁 무서움 몰라"

 


 

"잠시나마 마음 놓고 사나 싶었는데…그만들 좀 했으면 좋겠네요."

10일 오전 11시께 연천군 삼곶리.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7㎞가량 떨어진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어떻게 편히 지내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45년차 주민 박영관(70·남)씨는 "이런 일로 여러 군사조치들이 있을 때마다 접경지 주민들은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며 "예전엔 남북한이 서로 매일 확성기를 틀고 강 건너 사격장에서도 포를 쏘아대니, 심할 때면 통화도 못할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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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중면행정복지센터는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7km가량 떨어져 있다.2024.6.10/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에 주민들은 "주민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북 출신 강보부(86·여)씨는 "잘못한 것도 없는 주민들을 이렇게 불안하게 해서야 되겠느냐"며 "물론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해도 (확성기보다) 더 좋게 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농업인 김귀영(66·남)씨도 "10여년 전쯤 동네에 포탄이 떨어져 논란이었을 때도 북한에 삐라(대북전단)를 보내려는 단체를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못하게 막기도 했다"며 "결국 상황이 안 좋아지면 농사 못 짓게 되는 우리들만 손해를 보는 것 아니냐. 그런 대응은 일을 오히려 키우기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3시께. 임진강 너머 북한 영토에서 3㎞ 남짓 떨어진 파주시 오금리 주민들도 곳곳에서 피로감을 호소했다.

6살과 4살 두 손자를 둔 안미경(55·여)씨는 "날씨 좋을 때면 북한 주민들이 눈에 다 보일 정도로 가까운데, 이런 상황에 닥칠 때면 가까운 만큼 더 무섭고 걱정된다"며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손주를 생각해서라도 파주 밖으로 나가 살라고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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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파주시 오금2리 노인회장 김순님씨는 “몇 년동안 잠잠했는데 최근 다시 시끄러워 지면서 불안한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2024.6.10 /박소연PD parksy@kyeongin.com

오금2리 노인회장 김순님(72·여)씨는 "몇 년은 잠잠하게 살았는데 최근 다시 시끄러워지니 주민들도 오랫동안 불안함에 살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면서 "주민 입장에선 그저 평화롭게 조용히 잘 살아가고 싶을 뿐인데, 현재 상황은 그렇게 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했다.

남북이 '오물 풍선'과 전단, 확성기 방송 등을 주고받으면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접경지 주민들은 그 여파를 고스란히 전달받고 있다. 특히 뚜렷한 중재안 없이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가는 상황에 대해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우려를 나타냈다.

피난민으로 연천에 정착했다는 최기중(80·남)씨는 "전쟁 무서운 줄 모르고 함부로 맞붙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겁도 없는 어리석은 이야기다. 직접 며칠 배 곯고 피난 다닌 입장에선 절대 그런 말 못한다"며 "싸움에 목매지 않고 일을 잘했으면 상황을 이렇게 만들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까지 북한이 띄워 보낸 오물 풍선은 모두 1천6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합동참모본부는 6년 만에 재개된 대북 확성기의 향후 운영 방침에 대해 "여러 사항을 고려해서 융통성 있게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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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찾은 연천군 중면행정복지센터 앞에 위치한 삼곶리 민방공 대피소의 모습. 2024.6.10/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

/김산·목은수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