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한-경제부.jpg
김동한 문화체육부 기자
햇빛이 피부를 쏘아붙인다는 표현이 적합하겠다. 제53회 전국소년체육대회 취재차 찾은 5월 말 목포는 벌써 한여름이었다. 30도에 육박하는 기온 탓에 그늘 밖은 전쟁터였다.

날씨보다도 이글거렸던 건 출발선에서 출발신호를 기다리던 학생 선수들의 눈빛이었다. 이날을 위해 놀지도 못하고 실컷 자지도 못하며 훈련에 매진했을 학생 선수들. 여유롭게 관망하던 나도 괜스레 초조해졌다.

짧으면 10초, 길면 1분 안팎에서 정해지는 결과에 선수들의 표정은 갈렸다. 여중부 400m 계주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한 여자 학생 선수는 자기 때문인 것 같아 서럽게 울었다. 반대로 남중부 400m 계주에선 경기도와 경북 대표팀 모두 43초57로 결승선을 동시에 통과했는데, 두 팀 모두 동메달을 주겠다는 소식을 듣자 양팀 선수들은 어깨동무를 하며 환호했다.

앞으로 펼쳐볼 인생의 페이지가 더 많은 어린 선수들이지만 이날 메달의 유무, 색은 이들에겐 전부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를 해소하려면 성적 지상주의에서 탈피해야 하지만 아직도 체육회와 교육청 저변에선 성적 지상주의가 보다 우위에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소년체전은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종합 순위를 매기지 않지만, 시도체육회는 매년 자체적으로 비공식 메달 집계를 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경기도는 이번 대회가 끝나고 전국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 89개를 획득하며 비공인 종합우승을 했다고 알렸다. 이런 구조 속에선 학생들에게 거는 기대도, 학생들이 떠안는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메달을 획득한 일부 선수만을 위한 대회가 아니라 출전 선수 모두를 위한 대회로 탈바꿈하기 위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도는 지난 관행에 멈춰 있지만, 그럼에도 학생 선수들은 보다 성숙해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철인3종 2관왕을 달성한 강우현(의정부 부용중 3학년)의 한 마디가 마음 깊이 와닿는다. "우승하면서 정말 기뻤지만, 뒤에 들어오는 선수들 생각이 났습니다. 이들을 챙겨야 한다는 마음에 우승 직후 너무 신난 표정을 짓지는 않았고 나중에 다 함께 기뻐했습니다."

/김동한 문화체육부 기자 d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