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챙겨주고 싶지만 불황에 막막"
"숙련 만큼 대우 못받으면 섭섭"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에 관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한창인 가운데, 인상 여부를 놓고 입장차가 분명한 소상공인 점주들과 직원들 간 '어색한 동행'이 이어지고 있다. 한 곳에서 함께 일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마음도 있지만, 현실적 입장에서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속마음은 확연히 달랐다.
지난 15일 오후 3시께 성남시 야탑동의 한 베이커리 카페. 카페 운영 4년차 이모(36)씨는 제빵 자격증을 갖고 있지만 일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해 제빵사를 고용했다. 직원 임금을 섭섭지 않게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불황과 맞물린 업계의 임금 경쟁에 숨이 막힌다.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임금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점주 입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씨는 "함께 일하는 입장에서 당연히 대우를 잘해주고 싶다"며 "입사 후 3개월이 지나면 시급을 올려주고 있는데, 직원과 임금에 관한 대화를 할 때마다 부담되고 피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곳에서 5개월째 일하는 제빵사 박모(27)씨는 향후 카페를 창업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이 베이커리 카페에서 일을 시작했다. 빠듯한 임금에도 이곳에서 일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마음이었으나, 낮은 임금은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케 했다.
박씨는 "지금은 카페에서 일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임금은 낮아도 일을 배우는 기회가 생긴 점을 임금에 녹여서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제빵 숙련도가 올라가고 업무가 많아졌는데도 그만큼의 대우를 못 받는다면 이직도 고려해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점주의 임금 부담을 줄여야 직원 고용창출의 문이 넓어진다는 목소리도 있다. 광명시 철산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모(42)씨는 "소상공인에겐 인건비가 가장 큰 부담이라 임금을 올리면 결국 (사람을 쓰는 대신) 키오스크같은 자동화시스템을 설치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반면 직원 입장에선 물가가 상승한 만큼 임금도 올라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해당 치킨집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이모(25)씨는 "장사가 예전만큼 잘 되진 않아서 사장님 사정이 어려운 건 이해하지만, 물가가 너무 올라서 사실 밥 한끼 먹으려면 1만원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내년엔 최저임금이 1만원 이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