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국민의힘은 109석을 예상했지만, 한 석이 줄어 108석을 확보하는데 그쳤다. '겨우 1석' 차이지만 차기 보수 대권주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한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에 1석이 돌아가면서 양당의 희비는 컸다. 또 108석이라는 숫자는 오묘했다. 앞서 말한 여의도의 기억처럼 지도부의 전략 부재가 거듭되며 여당에 고뇌를 안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3년인데 우군은 당장의 상황을 타개할 리더십과 대책이 없어 번뇌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170석을 가져간 민주당에서도 백팔번뇌의 교훈은 내부에서 나온다. 총선에서 승기를 쥔 야당은 70여명의 초선의원을 국회에 입성시켰다. 하지만 국민 뜻을 받든다는 이유로 상임위원회에서 입법 독주를 이어가고, 이재명 대표의 '일극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일부 의원들의 선을 넘나드는 발언은 과거의 오명을 떠올리게 한다.
열린우리당의 백팔번뇌, 그 후 20년이 지났다. 당시 국회에 입성했던 초선들은 중진의 거물급 인사가 됐고, 운동권 시대가 저물고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2024년은 미래 의제를 준비해야 할 때가 됐다. 하지만 여야 모두에게서 개혁을 꿈꾸는 비장한 눈빛과 초심을 다짐하는 웅장함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회 기자들은 개혁을 추구하는 젊은(초선)의원들을 '소장파' 또는 '소신파'라 부르고 있다. '일을 하기 위해 국회에 왔다'는 초선들에게 백팔번뇌의 기억은 여의도의 멸칭만은 아니다. 거침없고 소신있는 행보로 주목받았던 소장파들이 22대 국회에서 백팔번뇌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되길 바란다.
/오수진 정치2부(서울) 기자 nur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