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신용자들이 늘고 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17일 발표한 '저신용자 및 우수대부업체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부업체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이동한 저신용자(6∼10등급)가 최소 5만여 명, 최대 9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들이 불법 사금융으로 조달한 금액은 8천300억∼1조4천300억원으로 추정됐다. 재작년에 불법 사금융으로 옮겨간 인원(최대 7만여명)과 조달금액(최대 1조2천300억원)보다 더 증가했다.
설문은 최근 3년 이내 대부업 또는 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는 저신용자 1천317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 한 달 동안 실시됐는데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응답자의 77.7%는 불법인 줄 알면서도 급전을 구할 방법이 없어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74%는 대부업체에 대출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응답자의 50%는 연 100% 이상의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고, 연 1천200% 이상의 금리를 내고 있다는 비율도 10.6%에 달했다.
영업을 중단하거나 신규 대출을 하지 않는 대부업체들이 늘고 있고, 그나마 대출을 해주는 곳들도 부동산담보가 확실한 것만 취급하는 곳이 적지 않다. 합법적인 대부업체도 고금리 때문에 시중에서 돈을 조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2년 이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대폭 상승, 대부업체들의 조달금리가 크게 높아졌으나 법정 최고금리는 20%로 불변이어서 대부업체의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마진이 중요한데 원가 금리가 법정 최고금리를 상회해서 돈을 빌려줄수록 손해 개연성이 커지는 한계상황에 내몰린 것이다. 경기악화로 대부업 이용자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져 대부업체 연체율이 급증한 것은 설상가상이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마지막 대출 보루인 합법 대부업체의 문이 좁아지자 어쩔 수 없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눈덩이 가계부채 폭탄에 저신용자가 뇌관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단기자금 대출이 절실한 취약계층에겐 활로를 열어주어야 한다. 현재 대부업권 비용구조는 공급자 입장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어서 금리체계 손질이 불가피하다. 시장 상황에 따라 최고금리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시장 연동형 금리 상한 방식을 도입해서 합법 대부업체의 경영난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