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4파전 구도로 짜여졌다. 왼쪽부터 이날 국회에서 출마선언을 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지난 21일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 그리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2024.6.23 /연합뉴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4파전 구도로 짜여졌다. 왼쪽부터 이날 국회에서 출마선언을 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지난 21일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 그리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2024.6.23 /연합뉴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3일 잇달아 차기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인천 출신 5선 윤상현 의원은 일찌감치 지난 21일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나경원 한동훈 원희룡, 출마의 변

나 의원은 이날 오후 1시, 한 전 위원장은 오후 2시, 원 전 장관은 오후 3시 국회 소통관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국회 소통관 앞은 점심시간부터 각각의 지지자들이 운집해 세 대결장으로 바뀌기도 했다.

가장 먼저 출격한 나 의원은 ‘이길 줄 아는 사람’, ‘통합의 적임자’, ‘보수를 지켜온 정치인’ 등을 키워드로 출마 선언을 했다.

나 의원은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면서 당정관계를 ‘당정일체’로 가져가는 것을 “굉장히 미숙한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 선거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미숙한 정치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정동행, 밀어주고 끌어주며 같이 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 자신은 ‘이길줄 아는 사람’이라며 “(후보 중) 한명은 인천에서 패배하고, 한분은 전국에서 패배했다. 이재명 대표를 이겨본 사람은 나경원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1시간 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A4 15쪽에 이르는 출마선언문에서 ‘민심에 반응’ ‘수평적·실용적 당정관계’ 등을 강조하며, 지구당 부활, 정책기능강화, 중도확장 등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민심’을 두고 “거대야당의 상임위 독식, 입법 독주, 일극체제 완성을 민심이 강하게 제지하지 않고 있다”고 냉정하게 짚고, 국민의힘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의원은 “당 대표는 묵묵히 대권주자를 빛나게 해야 한다”고 면서 “지금 당이 어려워, 2027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의 기초를 만들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은 나 의원을 향해 “꿈을 크게 가지셔야겠다”면서 “대선 출마는 개인 커리어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진영의 문제다. 그 시점에서 상대를 확실히 이길 수 있을 정도로 신망을 받으면 나와야 한다”면서 자신의 대선도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총선 당시 ‘이조심판론’의 실패 등을 두고 잘못된 전략에 대한 책임을 묻자, 한 전 위원장은 “정권심판론이 커져 다른 전략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답했고, “비대위원장은 연극이 막이 오른뒤 2막에서 대체배우로 들어갔던 것”이라며 당 대표 한동훈은 다를 것이라고 대응했다.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2시 50분께 소통관에 등장했다. ‘친윤’ 후보답게 그는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 위해 정부와 여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 전 장관은 “신뢰가 있어야 당정관계를 바로세울 수 있다”며 “저는 대통령과 신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았고, 국토부장관으로서 대통령과 견해가 다르거나 동의하지 않는 사안에 대해 숱하게 토론했던 경험이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또 “당정관계가 불안해 내부에서 무너질까봐 국민이 불안해 한다. 당정단결을 해 내는 것이 시작이 반”이라고 강조했다.

■여전히 ‘어대한’인가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4파전 구도로 짜이면서 당권 주자들은 물론 8대2 비율로 반영되는 당원들의 표심도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당초 ‘한동훈 대세론’까지 거론되던 상황이 다자 대결로 재편되고,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실과 당과의 일체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심이 요동치는 분위기다.

여기에 당원투표의 특성과 결선 가능성이 더해지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당권 주자인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윤상현 의원은 일제히 당심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나 의원은 이번 주말 당원 절대다수가 분포한 대구·경북(TK)을 찾아 단체장과 당원들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한테 각 세우면 진짜 ‘폭망’한다”, “뿌리가 약한 나무는 시련의 계절을 견디지 못한다”는 키워드로 당심을 파고 들었다.

원 전 장관도 “당과 정부가 한마음 한뜻”이라고, 윤 의원도 “한 전 위원장이 (대표로) 들어왔을 때 당정 관계가 겁난다”고 각각 한 전 위원장과 윤석열 대통령의 ‘불화설’을 부각하며 당심에 호소했다.

친윤계는 지난해 3·8전당대회와 전반대의 상황, 즉 친윤계가 결선투표로 끌고 가 한 전 위원장의 대세론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투표로 가고, 2∼4위 후보들을 결집해 친윤계가 움직이면 1차 투표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이 1위로 결선투표에 오르더라도 ‘한동훈 대 반(反)한동훈’ 구도가 형성되면 승산이 있다는 게 친윤계 시각이다.

한 전 위원장은 경쟁자들이 파고드는 약점을 보강하면서 대세론을 펴는 동시에, 대표 선출 이후 불거질 수 있는 ‘당권 흔들기’에 대비하려는 태세다. 한 전 위원장 측은 통화에서 “당원과 국민이 바라는 당정 관계를 한 전 위원장이 보여줄 것”이라며 “양자든 다자든 대세론에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장동혁·박정훈·진종오 의원을 최고위원 ‘러닝메이트’로 내세웠다. 일부 친윤계 의원에게도 연락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3명의 최고위원 러닝메이트가 지도부에 입성할 경우 이준석 전 대표 체제에서 불거졌던 리스크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명 이상이 사퇴 등으로 궐위되지 않는 한 대표직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친윤계도 여기에 맞서 한 전 위원장을 견제하기 위한 최고위원 후보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상범·김대식·김민전·인요한 의원 등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거론된다.

한편 국민의힘은 24∼25일 후보자 등록을 받고, 다음달 23일 대표 및 최고위원을 선출할 전당대회를 개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