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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기사를 쓰다 보면 자주 길을 잃는다. 분명 A라는 주제를 다룬 기사였는데 정신차려 보면 B를 쓰고 있어 당황했던 적이 종종 있다. 그때마다 길의 방향을 다시 잡아준 게 회사 선배들이다. '선배들이 보기 전 왜 혼자 잘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을 하긴 하지만 그들의 도움 덕분에 길을 헤맸을지언정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기사를 쓸 때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면서도 종종 길을 잃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부모님이나 은사 등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나아갈 곳을 설정할 수 있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나 삶의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인물은 저마다 한 명씩은 있을 것이다.

지난달 중순 10대 소녀가 인천 어느 한 교회에서 사망했다. 사인은 폐색전증. 폐의 혈관이 혈전이나 공기에 의해 막히는 질환으로 장기간 묶여 있거나 외상을 입었을 때 발생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 결과를 토대로 아이는 학대에 의해 사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소녀는 아버지의 예상치 못한 죽음 이후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이로 인해 가족 간에도 지속적인 다툼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아이를 가족 대신 맡아주겠다고 한 게 인천 C교회의 교인 D씨였다. 소녀는 지난 3월 D씨를 따라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생활했다.

고작 3개월 사이 아이는 학대 정황이 의심되는 상황 속에서 사망했다. D씨는 아이의 죽음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판단돼 아동학대 살인죄로 조사받고 있다. D씨 외 교인 2명도 사건에 연루돼 조사 중이다. 다만 교회는 소녀의 죽음을 두고 "학대는 없었고 다 아이를 위해 한 행동들"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소녀가 심적으로 무너져 길을 잃었을 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길라잡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비극으로 끝난 아이의 죽음 앞에 씁쓸한 여운만 남는다. 먼 타지에서 짧은 생을 마감한 소녀의 명복을 다시 한 번 빈다.

/이상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ee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