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첫날 시작부터 '파행'

추경호 "법안처리위한 안건상정
관례없다… 상정땐 무제한 토론"
소추안, 與 의총 여는사이 野 의결
대통령실 "李 수사했던 검사 탄핵
민주당이 수사권 달라는것" 비난


입장 발표하는 검찰총장<YONHAP NO-4452>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4.7.2 /연합뉴스

22대 국회의 첫 대정부질문이 2일부터 4일까지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로 예정돼 있었지만, 온전히 진행되지 못할 위기다.

대정부질문 첫날인 2일 검사탄핵소추안이 의결됐고, 채해병(채상병) 특검법안이 본회의에 부의됐기 때문이다. 그렇지않아도 갈등의 골이 깊은 정부여당과 야당은 검사탄핵소추안으로 서로 맹비난했고, 채해병특검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을 예고하면서 3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은 '없던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는 시작부터 파행이었다. 이날 의사일정에 채상병특검법안 표결이 있을 것을 전달받은 추경호 원내대표는 "대정부질문에 법안 처리 위해 안건상정하는 전례가 없다. 대정부질문의 관례를 깨는 행위다. 강하게 항의했다. 이러한 의사일정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안건상정되면 특검법에 대해 무제한토론도 하겠다"고 반발했다.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은 이날 오후 10시께 시작돼 다음날 오후 10시께 종료를 예상하고 있다. 3일 예정된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회주의 무시하는 편파운영 중단하라'는 피켓과 함께 의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10여명의 의원이 우 의장을 항의방문했다. 개원 한달여만에 두번째 항의집회다. 본회의는 예정시간 2시를 훌쩍 넘어 3시30분에 시작됐다.

검사 강백신·김형철·박상용·엄희준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이유로 자리를 비운 사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동의로 의결됐다.

김용민(남양주병) 의원은 강백신 검사에 대해서는 직권남용혐의를, 김형철·박상용·엄희준 검사에게는 모해위증교사 혐의를 위배사항으로 짚었다. 그는 "검찰조직은 기소 공소권을 양손에 쥔 채 온갖 범죄를 저지르며 대한민국에 어렵게 꽃피운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수사권을 민주당에게 달라는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를 수사했던 검사를 탄핵하겠다고 하는 것은 결국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수사할 수 있게 해달라', '민주당이 수사권을 갖게 해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민주당의 검사 탄핵 소추에 대해 야당을 작심 비판했다. 박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특정 정치인을 수사했다는 이유로 검사에 대해 보복적으로 탄핵이라는 수단을 내거는 것은 탄핵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소추한 검사를 탄핵하고 그 사람을 법사위에 조사 대상자로 불러서 조사한다는 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여당 항의 속에 본회의장 향하는 우원식 의장<YONHAP NO-4572>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정부질문을 앞둔 2일 오후 국민의힘 의원들의 사퇴요구를 받으며 집무실에서 나와 본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국회의장실을 항의방문해 채상병 특검법을 상정하려는 우원식 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2024.7.2 /연합뉴스

대정부질문도 순탄히 흘러가지 못했다.

민주당 김병주(남양주을) 의원은 프리덤엣지 훈련이 한미일 동맹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고 물어 한덕수 국무총리로부터 그렇지 않다는 답을 들었지만 국민의힘의 논평이 문제있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석을 가리키며 "여기 정신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국민의힘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언대까지 나와 항의했고, 회의를 진행하던 주호영 부의장이 사과를 재촉했음에도 김 의원이 거부해 결국 회의가 한동안 진행되지 못했다.

/정의종·권순정기자 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