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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일산동구 K-컬처밸리 공사현장이 공사비 문제로 중단돼 있다. /경인일보DB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했던 한류문화복합시설 'K-컬처밸리' 사업이 무산됐다. 경기도는 1일 민간사업자인 CJ라이브시티(이하 CJ)와 사업협약 해제를 발표했다. 대신 경기도는 공영개발 방식으로 K-컬처밸리 사업을 재생하겠다고 밝혔다.


K-컬처밸리 추진 과정을 복기하면 기가 막히다. 시작은 일사천리였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심을 보이고 정권의 대표 한류사업으로 떠오르자 경기도는 2016년 신속하게 CJ를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게 독이 됐다. 2016년 터진 국정농단 사태에 CJ 연루설이 터지면서 사업은 표류했다.

CJ 연루설은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지만 CJ를 대하는 행정은 정무적으로 돌변했다. 경기도의회 행정사무조사, 경기도와 고양시의 사업 관련 인허가에 50개월이 걸렸다. 국정농단 사태가 없었으면 핵심 사업인 K팝 전문공연장인 아레나를 준공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사업의 장기지체는 돌발 변수를 자초했다. 2021년 뒤늦게 착공한 아레나 건설은 급변한 국제정세로 인한 자잿값 폭등으로 지난해 공사가 중단됐고, 2023년엔 한국전력이 K-컬처밸리를 전력공급 우선순위에서 제외하면서 찬물을 끼얹었다.

아레나를 비롯해 숙박시설과 테마파크를 갖춘 K-컬처밸리는 한류열풍의 산업화를 이끌 국가와 경기도의 야심적인 프로젝트였다. 전세계 한류팬들이 초대형 K팝공연을 즐기는 성지로 자리잡았을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기업의 정치 리스크, 행정의 정무적 지체, 10년 앞을 모르는 전력 인프라가 한꺼번에 작동해 K-컬처밸리는 아레나 기초만 남긴 채 무산됐다.

서울시는 2일 창동 서울아레나 착공식을 가졌다. K-컬처밸리와 판박이인 K-팝 중심 복합문화시설 사업인데, 2027년 준공 예정이다. 부지도 아레나 규모도 K-컬처밸리에 비해 작은 규모다. 입지도 인천공항과 인접한 K-컬처밸리가 있었다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상황은 역전됐다. 서울아레나가 먼저 준공되면 한류문화 산업을 선점할 것이 확실하다. K-컬처밸리의 사업성은 더욱 약화된다.

경기도는 국토부의 지체상금 면제, 준공기한 연기 권고를 거절했다. 치열한 내부 논의를 거친 결단일 것이다. 고양시민 전체의 염원이었던 사업인 만큼 신속하고도 확실한 사업복구 계획도 준비했을 것으로 믿는다. 서울아레나 건립 일정을 감안하면 시간이 관건인 사업이 됐다. 준비된 공영개발 방식의 얼개를 공개하고 신속하게 사업자 구성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