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건의 노동자 사망사고로 수사를 받고 있는 영풍제지에서 3년 전 또 다른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3년 전 사망사고 관련해 진행된 재판에서 1심 재판부는 영풍제지의 안전조치 책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는데, 최근 항소심에서 판단이 뒤집혀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7부(부장판사·김병수)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무죄가 선고된 영풍제지 주식회사와 전 대표이사 A씨에 대한 1심 판결을 뒤집고 각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8월 영풍제지 하도급업체 소속 노동자 B씨가 평택시 소재 영풍제지 공장 2층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설비 공사 작업을 하던 중 1층 지면으로 떨어져 숨진 사고와 관련해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작업 중 넘어져 하방으로 뚫려 있는 자재 투입구의 덮개 위로 떨어졌는데, 이 덮개가 얇았던 탓에 B씨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그대로 6.6m 아래 바닥으로 추락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와 영풍제지 측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결론을 냈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가 B씨가 소속된 하도급업체의 관리로 진행됐기 때문에, 원청 영풍제지가 현장 안전조치 책임이 있는 ‘도급인’ 지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영풍제지가 공사 작업을 총괄·관리하는 주체이므로 도급인 지위가 인정된다며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사는 영풍제지가 진행하던 대정비 작업 일부로 이루어진 것으로서 전문건설업 등록도 마치지 않은 하청사에게 도급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영풍제지가 여전히 시공을 주도하고 총괄·관리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인정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사업장에 대한 감독 결과 원심 판시와 같이 안전조치 불이행 사항이 다수 발견됐고, 부실한 시설물들로 원인을 제공하여 피해자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면서 “다만 A씨 등이 부실한 부분이 있다는 점 자체는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영풍제지 측은 이와 별개로 지난해 10월과 12월 두 차례 사망사고와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평택 영풍제지 공장에서는 지난해 10월 40대가 기계에 끼여 숨진 데 이어, 2개월여 뒤인 12월에는 새벽 시간대 배관 작업을 하던 60대가 미끄러져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