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가 시작하기 전, 때 이른 무더위를 피하고자 공원을 찾은 할머니들을 취재한 적이 있다. 함께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반소매를 입어 맨살이 드러난 팔뚝에서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새까만 몸, 기다란 다리 여섯 개. 징그럽기로 소문난 러브버그가 팔에 붙어있던 것. 취재 중인 것도 잊고 눈물을 글썽이는 나를 달래며 할머니들은 "당장 이 벌레를 박멸해달라고 보건소에 이야기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 가운데 한 분이 스치듯 중얼거렸다. "징그럽다고 다 죽일 수 있나." 사실 러브버그는 인간이 보기에 혐오스럽게 생겼다는 죄 아닌 죄가 있을뿐, 애벌레 때는 낙엽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성충이 되면 꽃의 수분을 돕는 '익충'이다. 게다가 길어야 일주일을 살지만 여름철이 되면 인간들은 러브버그를 박멸할 생각만 한다.
최근 인천 계양구의 도로공사 현장에선 멸종위기종 금개구리를 만났다. 논 습지 주변 웅덩이나 수로 주변 수풀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도로공사 전 이미 환경영향평가에서 이곳에 금개구리가 확인됐다. 공사를 시행하는 인천도시공사는 금개구리 실태조사를 한 뒤에 첫 삽을 떠야했다. 이에 인천도시공사는 빠르게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겨울철에 조사를 나섰다. 당연히 금개구리들은 겨울잠을 자느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천도시공사는 이곳엔 양서류가 없다고 간주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우리는 쉽게 다른 생물을 생태계에서 퇴출시키고 지구를 독점하려 한다. 돌이켜보면 일상 속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생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기껏해야 길고양이나 비둘기, 가로수 정도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우리는 다른 생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물론 러브버그는 여전히 두렵지만 말이다.
/정선아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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