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잡으려다 범인 될 판?’
자신의 무인점포 매장에서 물건을 훔쳐간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 사진을 매장에 게시한 점주가 이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3월28일 인터넷 보도=물건 훔친 먹튀 손님 얼굴 걸면 ‘명예훼손’?… 무인점포 점주 유죄)이 알려진 이후, 무인점포 점주들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무인점포 내 절도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범행의 증거가 되는 사진조차 마음대로 붙일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분노감마저 표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 인천의 한 무인문방구에서 한 어린 아이가 결제를 하지 않고 2만3천원 상당의 물건을 훔쳐갔다. 이에 해당 점주는 CCTV에 찍힌 아이의 얼굴을 캡처해 ‘아이를 찾는다’는 문구와 함께 매장 내에 게시했다. 하지만 점주는 이로 인해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 3월 재판부는 유죄로 인정된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수많은 절도 사건으로 피해를 경험하고 있는 무인점포 점주들은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범인을 잡기 위한 것은 물론 추가 범죄 예방 효과를 위해 불가피하게 사진을 부착하는데, 이 같은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성남시 야탑동에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을 운영하는 신모(36)씨는 “과거 절도 피해를 입었을 때 훔쳐간 사람의 자수를 유도하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사진을 붙인 적이 있는데, 얼굴을 공개하는 게 조심스러운 면은 있지만 이후로 확실히 절도는 줄었다”며 “최근의 이 판결을 보면 도둑의 역공에 점주가 당한 격이라 그저 황당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실제 무인점포 곳곳에는 절도 관련 CCTV 사진을 부착해 둔 곳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으나, 대체로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4일 수원시 영통구의 한 무인문방구에도 물건을 훔쳐간 장면이 담긴 CCTV 영상 캡처본이 얼굴은 가려진 채 경고문과 함께 부착돼 있었다. 무인점포 점주 서모(38)씨는 “아직 사진을 붙여 본 경험은 없지만, 큰 건이 발생하면 부착할 생각”이라며 “피해를 보는 점주의 입장에선 유사 범죄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무분별한 얼굴사진 공개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최근 인천에서 한 샌드위치 무인점포 업주가 절도범으로 오해해 여중생의 얼굴 사진을 가게에 붙였다가 고소를 당한 일이 있었다. 수원의 한 아이스크림 무인점포에서도 점주가 절도를 의심해 부부 한쌍의 얼굴을 공개했는데, 확인 결과 키오스크 오류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