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강한면모
2023시즌 상승세 전년이어 파이널A 재진입
이달 첫경기 김천과 무승부 3연패 탈출 성공
조성환 감독 사퇴했지만… "할수있어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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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시즌제로 운영되는 프로스포츠에서 유독 특정 기간에 승률이 높은 팀이 있다. 대표적인 팀이 인천 연고 프로야구팀이었던 SK 와이번스(SSG 랜더스의 전신)이다.

SK는 '가을 DNA'로 유명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SK는 이 같은 수식어를 얻게 됐다. 큰 경기에서 유독 강했다. 베테랑들이 팀을 잘 이끌고, 후배들도 긴장하기보단 더 집중력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이를 통한 끈끈한 조직력으로 상대를 압박했던 것이다.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2007년과 2008년 2연속 우승에 이어 2010년에도 정상에 서며 '왕조'를 일궜다. 2018년 SK는 정규시즌 2위(78승1무65패)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에 올랐다. SK의 상대는 두산 베어스. 두산은 그해 무려 93승(51패)을 올리며 포스트시즌 전부터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라는 조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SK가 4승2패로 정상에 올랐다.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는 최근 들어 여름(7월 혹은 8월)에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2020년시즌 중반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잔류에 성공한 인천은 2021시즌 7월에 FC서울, 수원 삼성, 제주 유나이티드로 이어진 원정 3연전에서 전승을 거두며 '7월의 팀'으로 입지를 다졌다. 그해 스플릿라운드에서 파이널A(1~6위) 진입에 실패하지만 인천은 8위를 차지하며 일찌감치 리그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다.

2022시즌 7월에는 4경기에서 승점 4점(1승1무2패)을 추가하는데 그쳤지만, 8월 5경기에서 패배 없이 3승2무(승점 11)를 기록했다. 8월에 쌓은 승점에 힘입어 파이널A에 진입할 수 있었으며, 인천은 그해 최종 4위를 기록했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인천은 팀 역사상 처음으로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도 따냈다.

2023시즌 인천은 완벽한 '7월의 팀'이었다. 인천은 시즌을 앞두고 각 팀 감독들로부터 2022시즌에 이어 4위 안에 들 것으로 예측됐다.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인 제르소와 음포쿠의 영입에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인 신진호도 가세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순위 레이스에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 그해 6월까지 리그 18라운드를 치른 결과 인천은 승점 20(4승8무6패)으로 9위에 자리했다. 팀 내 위기감이 고조되던 시기에 7월에 돌입했고, 인천은 7월 5경기에서 4승1무(승점 13)를 기록했다. K리그1·2 통틀어 최고 승률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수여하는 '이달의 감독상'은 조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때부터 상승세를 이어간 인천은 전년에 이어 파이널A에 재진입했으며, 최종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인천은 올 시즌 중반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이명주의 부상에 이어 공격 전술의 핵심인 제르소가 전열에서 이탈하자 공격에서 활로를 못 찾고 무기력한 경기를 이어갔다. 6월까지 열린 리그 스무 경기에서 인천이 쌓은 승점은 20(4승8무8패)이었다. 특히 18~20라운드에서 모두 패하는 등 연속 무승 경기가 7경기(3무4패)에 달했다.

올해도 7월이 도래했다. 인천의 이달 첫 경기로 김천 상무와 리그 21라운드가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렸다. 결과는 인천이 경기 막판 무고사의 헤더로 만회골을 넣으며 1-1로 마무리됐다. 7월 첫 경기에서 3연패 탈출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무승의 굴레는 벗어던지지 못했다.

조성환 감독은 이 경기 직전 사퇴를 발표하면서 올 시즌 21라운드는 조 감독의 고별전이 됐다. 조 감독은 최근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구단에 사퇴 의사를 전했다. 자신의 체제하에서 반등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에 따른 결단이었다. 4년간 이어진 조 감독과 인천의 동행은 마무리됐다. 인천은 새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당분간 변재섭 수석코치의 감독대행 체제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자신의 사퇴가 '터닝포인트'가 되길 바라는 조성환 감독의 마음처럼, 인천이 6월의 부진에서 벗어나 '7월의 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물병 투척 사건 징계로 인해 조직적 응원을 펴지 못하는 인천 서포터스 대신 외쳐본다. "정신차려 인천!", "할 수 있어 인천!"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