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인 불인정' 무죄 뒤집힌 2심
산안법 개정후 변화… 대법 주목

지난해 노동자 2명이 산업재해로 숨진 데 이어, 3년 전 별개 사망사고로 형사처벌까지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영풍제지(7월4일자 7면 보도=3년 전에도 '사망사고'… 영풍제지, 항소심 유죄)가 항소심에서 가중 처벌을 받은 배경에 소위 '위험의 외주화'를 인정하는 법원 판단이 나와 눈길을 끈다.

원청이 안전사고 책임을 하도급업체에 돌리는 관행을 근절하는 취지의 판결이 최근 다수 법원에서 나타나는 추세인데, 연이은 사망사고로 수사를 받는 영풍제지를 비롯한 원청사들의 처벌률이 높아질지 주목된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7부(부장판사·김병수)는 지난 2021년 하도급업체 노동자 A씨 사망사고와 관련, 영풍제지가 안전조치 의무를 하지 않은 혐의(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무죄를 내렸던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형을 선고했다. A씨는 평택 영풍제지 공장 2층에서 노후 배관 교체공사 작업 중 6.6m 바닥으로 추락해 숨졌다.

항소심에서는 영풍제지가 하도급 공사에 대해 산안법상 안전조치 의무 책임이 있는 '도급인' 지위로 보고 유죄로 판단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 공사를 총괄·관리하지 않는 '발주자'로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했는데, 이를 뒤집고 원청의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 하도급 업체 산업재해를 두고 원청을 도급인으로 인정하고 처벌하는 판결은 최근 다수 법원에서 이어지는 추세다. 지난 2020년 소위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 시행 이후 도급인의 인정 범위가 전보다 확대되면서다. 당시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로 원청이 사고 과실을 법적 약자인 하도급업체로 돌리는 '위험의 외주화'가 사회적으로 거센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영풍제지 항소심 재판부도 "하도급업체가 스스로 공사를 수행할 능력과 전문성을 갖추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안전관리에 대한 권한과 위험을 모두 인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영풍제지의) 공사를 수행할 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발주자로 보는 것은 오히려 '위험의 외주화'를 인정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판시했다.

아직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이러한 하급심 판결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비정규직 인력을 전용해 안전사고 책임을 회피하는 '악성 원청'에 대한 일관된 처벌 근거를 명문화한다는 차원에서 주목되는 상황이다.

영풍제지의 경우 3년 전 사망사고와 달리 지난해 2건의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발생했기 때문에 원청에 관련 혐의까지 추가로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처벌 전력까지 고려될 경우 재판에서 중형이 내려질 전망도 나온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현재 영풍제지 및 하도급업체 관계자 등을 산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조수현·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