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 Pick] 온라인상 고령층 비난 심화
"정신 차려라" "한국엔 노인액셀"
폄하·일반화 여론에 서러움 호소
전문가, 연령아닌 '인격대우' 당부

68세 운전자로 인해 시민 9명이 숨진 '시청역 사고'로부터 불거진 고령자 운전면허 자격 논란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노인을 혐오하고 차별하는 인식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지난 1일 사고 발생 직후부터 온라인상의 각종 커뮤니티를 비롯해 다수의 언론 매체에서 고령자의 운전 자격 논란이 재점화됐다. 고령운전자의 부주의와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면서 이들이 면허를 자진반납케 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야간운전 금지, 속도 제한 등의 조건을 두고 면허를 발급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주를 이뤘다.
문제는 운전 자격 논란에서 그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고령층 전반을 향한 차별·혐오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청역 사고 관련 기사에는 '노인들 정신 차려야 한다. 지들 편하려고 소중한 젊은 생명 죽이지 마라', '미국엔 총기난사, 한국엔 노인액셀', '65살 넘으면 반납해라 제발' 등 고령층을 향한 도 넘은 비난 댓글이 연일 달리고 있다.
고령운전자 사고로 불거진 이 같은 '노인 혐오' 현상을 두고 실제 고령층은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수원에서 16년간 택시운전을 한 박성화(76)씨는 "사고 운전자가 고령자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노인들까지 일반화하는 건 기분이 나쁘다"며 "뉴스에 노인을 폄하하는 댓글도 봤는데 서럽더라"고 토로했다.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박모(63)씨는 "평소에도 직장에서 업무할 때 익히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젊은 사람들한테 무시당하고 소외감을 느낄 때가 많다"며 "사람들이 모든 고령운전자를 탓하는데, 자신의 부모가 고령운전자일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 논란이 노인 혐오까지 이어지는 현상을 두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연령주의'를 문제의 핵심으로 짚었다. 연령주의란 연령에 따라 사람에게 고정관념을 갖거나 차별하는 사상의 표현과 과정으로, 연령주의가 심화된 사회에서는 노인에 대한 비난과 편견이 당연시되고 노인들은 사회에서 고립된다는 것이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령이 높다고 해서 모든 고령자가 운전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데도 일반화하는 것은 편견이자 일종의 연령주의"라며 "우리 사회가 사람을 볼 때 생산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인을 홀대하고, 연령주의는 더욱 심화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언젠가 노인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인지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연령과 숫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