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0명 내외서 올해 감염자 6842명
숨쉴 때 '흡' 소리와 구토 등 14일 지속
면역력 약한 영유아에 '치명적' 사망도
질병청, 적기에 백신 접종 예방책 권장
백일 동안 기침을 한다는 데서 유래한 질병 '백일해(百日咳)'의 유행이 심상치 않다. 급성 호흡기 감염병인 백일해는 영유아가 걸릴 경우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지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백일해 발생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날까지 백일해 누적감염자 수는 6천842명으로, 이번 달에만 벌써 1천392명이 감염됐다. 국내에 도입된 DTap 백신과 백신 접종률의 증가로 환자 발생이 지난 2001년 이후 연간 20명 내외인 수준이 무색해진 것이다.
특히 지난해 감염자 수가 평균적으로 두 자릿수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올해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는 1월 84명을 시작으로, 4월 205명, 5월 899명, 6월 4천111명으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7월)에 비해 21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백일해는 보르데텔라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으로, 기침할 때 튀어나오는 비말에 의해 호흡기로 전파된다. 주요 증상으로는 숨 쉴 때 '흡' 하는 소리가 나며 발작과 구토 등이 동반되는데, 이런 증세가 14일 이상 지속되는 점이 특징이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의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백일해 감염 증가세는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관측되는 현상이다. 영국 잉글랜드 지역에서는 올해 4월까지 4천793명이 발생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96배가량 증가했고, 영아 8명이 사망했다. 미국에서도 5천669명이 발생해 전년 대비 2.9배 늘었다. 사망자는 15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는 중증 폐렴 등 합병증으로 발전한 사례나 사망자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유행이 지속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백일해에 걸릴 경우 나이가 어릴수록 중증 합병증이 많이 나타나는데, 1세 미만 영아의 경우 기관지 폐렴·폐기종·무기폐(폐에 공기가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 등으로 심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백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기에 맞춰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백일해 백신은 소아용 DTaP와 청소년 및 성인용 백신인 Tdap이 있다. 영아의 경우 접종 시기는 2개월·4개월·6개월이며, 영유아와 밀접한 접촉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접촉하기 최소 2주 전에 접종을 받아야 한다. 이미 접종을 받은 경우라도 시간이 흐르면서 백신 효과가 감소할 수 있기에 추가 접종도 반드시 필요하다.
질병청은 백일해 관련 Q&A를 통해 "백일해 유행 시 영아부터 7세 미만의 경우, DTaP 백신 접종을 권장하며 최소 4주 간격으로 3회 접종해야 한다"며 "12개월 미만 연령의 영유아를 돌보는 가족 및 의료 종사자도 과거 Tdap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다면 접종을 권장한다"고 당부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