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6.8%→ 9.8% 증가, 부담 가중

포장이용료·배달비 낮춰도 비용 상승

“차라리 전화 주문 낫다”… 불만 속출

배달라이더들과 음식점주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배달라이더 × 배달상점주 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열고 오토바이 행렬을 선보이고 있다. 2024.6.21/라이더유니온 제공
배달라이더들과 음식점주들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배달라이더 × 배달상점주 플랫폼 갑질 규탄대회’를 열고 오토바이 행렬을 선보이고 있다. 2024.6.21/라이더유니온 제공

거대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이 배달 수수료 인상을 예고했다. 이를 두고 배민의 수익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계속해서 오르는 배달 수수료에 소상공인들은 배달 플랫폼 해지까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10일 서비스 개편을 발표하며 오는 8월9일부터 배민이 자체 배달하는 배민1플러스의 중개이용료를 현행 주문 금액의 6.8%에서 9.8%로 3% 인상한다고 밝혔다. 손님이 배민으로 2만원의 음식을 배달 주문할 때 업주는 기존 1천360원의 수수료를 배민에 지불했지만, 8월부터는 1천96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배민은 앞서 줄곧 제기된 소상공인들의 배달 중개수수료 인하 요구를 의식한 듯 업주의 부담을 경감하는 정책도 내놨다. 업주 부담 배달비(현행 2천500원~3천300원)를 지역별로 건당 100원에서 900원까지 낮춰 1천900원~2천900원으로 인하했다. 현재 경기 전지역에서 3천원이던 업주 부담 배달비가 수원·용인·고양시 등 24개 시에서는 2천900원, 안성·동두천시는 2천600원으로 조정된다. 이달 1일부터 신규 가입한 업주를 대상으로 부과한 포장 주문 중개이용료는 현행 6.8%에서 3.4%로 인하하고, 주문수가 적은 업주에 대해 울트라콜 월 광고비를 20% 환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민의 이 같은 정책을 두고 소상공인들은 배민의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배달 수수료 인상으로 인한 비용 상승이 배달비 인하 등으로 인한 비용 절감보다 더 크다는 것이다.

수원시 영통구에서 도시락 배달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45)씨는 “배달 플랫폼의 무료배달 경쟁 때문에 수수료를 인상한 것 같은데,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배달 생태계 가장 밑단에 있는 소상공인”이라며 “대부분의 업주들은 인건비도 없이 버티는 상황인데 배달 수수료 보다 적은 배달비와 포장 주문 수수료 인하 등의 조치는 배민의 생색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배민의 배달 수수료 인상이 타 배달 플랫폼의 연쇄적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각 배달 플랫폼의 배달 수수료는 쿠팡이츠 9.8%, 요기요 12.5%로 책정 돼 있는데 비교적 배달 수수료가 낮았던 배민이 8월부터 9.8%가 되면 타 플랫폼의 수수료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36)씨는 “배달 플랫폼들이 출혈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서로 눈치를 보며 슬슬 배달 수수료를 인상하는 것 같다”며 “계속 수수료가 인상되면 배달 플랫폼 계약을 해지하고 차라리 전단지를 돌리면서 전화 주문을 받는 게 살아남는 길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같은 소상공인들의 우려에 배민은 이번 개편안이 무료배달로 경쟁하는 상황 속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배달 수수료만 바꾼 게 아니라 배민과 업주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것”이라며 “멤버쉽인 배민클럽 활성화 등을 통해 업장의 주문수와 매출을 늘리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