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원하는 것은 정말 성과급뿐인가?
파업 목표도 '생산차질'이란 말에 놀라워
막대한 생산피해 이용 '사측의 굴복' 의도
'강성 노조원을 위한' 비난 피하기 힘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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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경제부장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하 전삼노)이 지난 8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7일 징검다리 연휴 때 첫 연가투쟁에 이은 창사 55년만의 첫 총파업이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하는 사후조정회의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고 지난달 27일 개최된 3차 사후조정회의에서는 일회성 여가포인트(50만원) 지급, 노사간 임금교섭 최종 타결 전 비조합원에 대한 임금조정 결과발표 지양, 휴가의무 사용일수 2일 축소, 노사간 상호협력 노력 등의 4가지 조정안이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가지 조정안을 모두 거부한 전삼노는 노사협의회에서 정한 평균 5.1%의 임금인상도 거부했다.

전삼노는 지난 1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간담회를 통해 전체 직원에 대한 휴가 1일과 연봉협상에 서명하지 않은 조합원 855명에 대한 정당한 보상 등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총파업을 선택한 것이다. 당연히 "1%도 안 되는 사람들에게 회사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밖에 없다.

전삼노의 주요 요구사항 중 하나는 성과급 산정 기준의 개선이다. 초과이익성과급(OPI)을 계산하는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에 성패를 알 수 없는 사측의 투자 요소가 포함돼 직원들의 성과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개선해 직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봉이나 성과급 지급방식에 대해 불합리하다고 느낀다면 노조는 당연히 사측에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전삼노는 지난 8일 3일간의 총파업을 선언한 데 이어 10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을 선언했다. 15일부터 5일간 2차 파업할 예정이었으나, 계획을 수정해 이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2차 총파업 선언문'에 제시된 전삼노의 요구사항은 ▲노동조합 창립휴가 1일 보장 ▲전 조합원 평균 임금인상률 3.5% ▲성과급 제도 개선 ▲파업 참가 조합원에게 합당한 보상 등이다.

"노조가 원하는 것은 정말 성과급뿐인가?"라고 묻고 싶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성과급을 메모리사업부 75%, 파운드리사업부 37.5%, 시스템LSI 37.5%, 반도체연구소 75% 등 최대 기본급의 75%로 책정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세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성과급 규모가 대폭 확대한 것이다.

더구나 지난 8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H1 앞 도로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노조가 밝힌 파업 목표가 '생산 차질'이라는 말을 듣고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파업의 목적이 성과급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국내 대표적인 강성노조인 현대차 노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겠다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시 말해 파업으로 막대한 생산차질을 발생시키고 이를 이용해 사측을 굴복시키겠다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파업 참가 인원도 사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전삼노가 밝힌 총파업 결의대회 참가자는 6천여 명이 훨씬 넘는다. 통상 집회 주최측은 참가 인원을 최대한으로 계산하거나 부풀린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경찰 추산 3천명 정도가 합리적이다. 사실 3천명도 적지 않은 숫자다. 전삼노의 주장대로 6천명이라고 본다면 이는 당초 전삼노가 예상했던 인원 5천여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삼노는 전면파업 이틀째부터 장외집회 대신 기흥사업장 인근 실내체육관에서 노조원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교육'을 진행했다.

6천명은커녕 3천명도 아닌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총파업 교육을 했을까? 1천여 명은 연봉협상에 서명하지 않은 강성 조합원 855명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총파업 결의대회 참가자 상당수는 외부 노조원일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이번 전삼노의 파업은 강성 노조원의, 강성 노조원에 의한, 강성 노조원을 위한 파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문성호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