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개월째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막고 수업 복귀를 위해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란 지적이 나왔다. 의대생들은 바라지도 않은 특혜라며 시큰둥한 입장을, 타과생들은 의대생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반응을 보여 ‘엉뚱한 처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 10일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의대생들의 조속한 교육 현장 복귀 유도와 유급에 대한 부담을 경감하는 내용이 골자다. 대부분 의대는 한 과목이라도 F학점을 받으면 유급되는데, 가이드라인은 2024학년도에 한해 의대생이 F학점을 받더라도 유급을 면할 수 있게 했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발표에 의대생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오히려 내용 대부분이 이미 의대 현장에서 적용돼 의대생들을 강의실로 복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없고, 의대생이 바라지 않는 특혜를 정부가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아주대 의대의 경우 가이드라인 발표 전 예과 2학년과 본과 1·2학년을 학기제에서 학년제로 변경했고, 유급 판단 시기는 12월말로 미뤘다. 의대생이 학교에 복귀해 12월까지 수강을 완료하면 유급을 면하는 것이다. 아주대 의대생 A씨는 “유급 판단 시기 연기, 학년제 전환 등은 이미 의대에 적용된 사항이라 가이드라인 내용은 의대생이 학교로 돌아갈 동기가 안 된다”며 “우리는 수업 거부 이후 휴학과 유급을 시켜달라는 입장이었고, 특혜 논란이 있는 가이드라인은 정부에 바란 적도 없다. 정부가 의대 증원 등 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면 학교에 돌아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른 학과 학생들은 과도한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아주대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24)씨는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수업을 거부하고 학사일정을 따르지 않는 것인데 정부가 온갖 방법으로 유급을 막아주는 것은 특혜라고 생각한다”며 “급박한 상황인 건 이해되지만, 일관성도 없고 타과생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실효성과 형평성 논란은 있지만, 의대생의 조속한 복귀와 원활한 학사 일정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의료인력 수급 차원, 의대생의 집단 수업 거부, 의대의 특수한 유급 제도 등 상황을 고려해 발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