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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문화유산이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김포 신안리 신석기유적 취재에서도 여전했다. 경기도는 특히 개발 이슈가 많은 곳이기에 문화유산이 발굴됐을 때 재산권 등 분쟁의 여지가 적잖이 발생한다. 취재 현장에서도 여러 갈등과 문제로 인해 땅에 묻혀야만 했던, 또는 훼손될 수밖에 없었던 문화유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런 지점에서 김포시가 해당 유적의 땅을 상당 부분 매입해 놓은 것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적어도 이 유적이 이대로 사라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주변에 덕포진이라는 유적이 있었던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이번 발굴 자체가 덕포진 유적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는데, 주변에서 유적의 존재를 인식하고 무분별한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신안리 신석기 유적을 세상에 알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온전한 신석기유적, 그것도 무더기로 발견된 집터와 유물은 우리나라의 신석기시대를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 기원전 3천700~3천400년에 존재했던 땅의 모습을 오늘날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단 10㎡의 땅도 유적지로 지정하기 쉽지 않은 오늘날에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는 땅이 현상적으로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사회적 자산"이라는 이야기는 더 와닿은 이유다. 언젠가 이러한 곳들을 둘러싼 아파트 단지가 생긴다 해도 오롯이 남아있는 이 땅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질 것이다.

사실 눈에 보이는 어떠한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땅 아래를 깊이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는 유적은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유적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며 그 가치와 의미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는 여전한 숙제이다. 유적의 활용을 두고 김포시의 담당 학예연구사는 '유적부심'에 대해 말했다. 내가 사는 곳에 문화유산이 있어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문화유산과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 그 바람이 하나의 단단한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