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보라산, 사유지내 통행 막아
주인 "재산권 보호"… 시민 반발
도내 곳곳 마찰… "적극 행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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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기흥구 보라산 등산로 일부 구역에 산주가 사유지를 주장하며 통행을 막아 등산객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2024.7.15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경기도 내 등산로 곳곳에서 산주와 등산객 간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등산로 일부가 사유지에 속한 게 원인인데, 일부 산주는 등산객 통행을 막기 위해 철조망까지 설치하고 나서는 등 '산책할 권리'와 '재산권 행사'가 충돌하는 모양새다.

지난 11일 오전 9시30분께 평일 오전에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보라산에는 등산객들로 북적였다. 인근에 보라·공세·지곡동이 자리잡은 보라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이 20년 넘게 가벼운 등산 코스로 애용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최근 등산로 중간이 뚝 끊겼다. 보라산 일부를 소유한 산주가 더덕과 도라지 등 임산물 보호를 이유로 등산객의 통행을 막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등산객들은 즉각 반발했다. 일부 등산객은 산주가 사유지 경계를 표시한 그물과 철조망 등을 뚫고 넘어가며 등산을 이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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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 기흥구 보라산 등산로 일부 구역에 산주가 사유지를 주장하며 통행을 막자 등산객들의 대체 등산로로 다니고 있다.2024.7.11./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

15년째 이곳을 즐겨 찾는다는 백모(70)씨는 "아무리 개인 땅이라고 해도 오랜 기간 사람들이 다녔던 길을 하루아침에 막아버리면 어떡하느냐"며 "다수가 이용하는 산책로인 만큼, 시에서 빨리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등산객들의 원성에 산주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주는 "조상 대대로 보유해 온 보라산 땅이 그동안 등산로로 사용돼 재산권 보호가 안 됐다"며 "지난달엔 시에서 산주와 협의도 없이 등산로 계단까지 설치해 철거를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처럼 산주와 등산객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관리당국은 뾰족한 수가 없다는 입장이다. 용인시 관계자는 "대체 등산로를 만들기 전까지만 기존 등산로를 이용하게 하도록 협의하고 있다"며 "사유 재산을 강제할 순 없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2년 전 포천시에서도 백운산 등산로가 돌연 폐쇄된 적이 있었다. 당시 백운계곡으로 이어지는 주요 등산로 2㎞ 구간을 소유하고 있던 인근 사찰에선 등산객 쓰레기 투기 등의 문제가 반복되자 임시 폐쇄 조치를 내렸다.

포천시 관계자는 "당시 등산객들의 불법 행위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사찰 측에 양해를 구했다"며 "폐쇄된 등산로는 지난해부터 다시 정상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공공의 등산로 확보를 위해 사유지의 경우 지자체 차원에서 산주에게 재산권을 보상해주는 등의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라산 인근 주민 서모(64)씨는 "새로운 등산로를 만든다 해도 해당 산주가 또 막으면 어떡할 것이냐"며 "매입이든 보상이든 방법을 찾아서 수십 년간 시민들이 이용해 온 등산로를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