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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선 정치부 기자
'편견 :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경기도가 올해부터 노인 돌봄사업에 전면적으로 AI(인공지능)를 도입했다. AI 상담원이 1주일에 한 번씩 독거노인에게 전화하는 AI 말벗서비스 사업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월이었다. 당시 취재는 편견으로 시작됐다. '독거노인에게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는 게 어떤 효과가 있을까, 아마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으로 취재에 착수했지만 상황은 예상과 달랐다.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안부 전화가 적정하다는 어르신들의 의견도 있었고, 사업의 기반이 되는 네이버 클로버 측에서도 주 1회가 적절하다는 의견이었다. 결국 AI 말벗서비스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올해 운영 두 달만에 사업 목표량인 5천만명을 달성했다. AI 상담원이 위기 징후를 감지해 복지서비스를 연계한 사례도 다수다.

지난 6월 다시 AI 말벗서비스를 취재할 때도 편견이 작용했다. 독거노인이면 홀로 지내기 때문에 적적할 것이라는 편견, 이로 인해 말동무가 필요할 것이라는 편견이었다. 편견은 또 뒤집혔다. 말벗서비스를 활발히 이용하는 공모(78)씨는 "혼자 지내는 삶이 즐겁다. 나름대로 드라마도 보고, 책을 읽기도 하고 USB에 좋아하는 영상들을 담아서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며 "적적해서 AI 안부 전화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공공서비스에 대한 책임감으로 전화를 받는다"고 말했다.

취재를 하면서 원하는 대답을 얻지 못하면 막막함에 빠질 때가 있다. 그런 질문의 대부분은 확신이 아닌 의심에서 시작된 편견이었다. 기자를 준비하며 종종 읽었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펼쳐봤다. '기자는 자신이 갖고 있는 편견의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편견은 특정 계층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기도 하고 정책의 확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기자를 준비하며 편견을 경계해야 한다고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의 다짐을 돌이켜 본다.

/이영선 정치부 기자 ze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