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후 경쟁력 계속 내리막길 걸어
시대변화 맞는 업종전환 못한 이유중 하나
자동차부품 업계마저 전기차 확산으로 위기
고꾸라져가는 제조업 재생시킬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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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
인천 기업인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인천상공회의소는 인천항 개항 이후 1885년 설립된 인천객주회를 모태로 한다. 1883년 개항 이후 외국상인들의 상권 잠식이 확대되자 내국 상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자율적 단체로 출발했다.

이후 인천객주회는 현대적인 조직 체계를 갖춘 인천항신상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민족상인 권익보호뿐 아니라 민족계몽과 교육, 육영사업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혔다. 지금의 상공회의소는 해방 이후 1946년 1대 회장인 허상훈이 취임하며 시작됐다.

올해 들어 인천상공회의소는 임시의원총회를 열고 25대 회장으로 박주봉 대주·KC그룹 회장을 선출했다. 상근부회장과 사무처장 등 인천상공회의소를 운영하는 핵심 임원들도 모두 물갈이됐다.

2000년 이수영 OCI(주) 회장 이후 제조업계에서 상공회의소 회장이 선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근현대 우리나라 산업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인천 제조업계에서 14년만에 상공회의소 회장이 나온 것을 두고, 인천 제조업의 쇠락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하는 기업인들도 많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박주봉 회장에 대한 인천 제조업계의 기대감이 크다. 그만큼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얘기다.

인천의 제조업 경쟁력은 1990년대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 기준으로 인천 지역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1년 45.2%에 달했으나 2020년에는 26.1%로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 인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8.7%에서 4.3%로 줄어들었다.

반면 국내 전체 산업 가운데 제조업 비중은 1991년 27.0%, 2020년에는 27.1%로 사실상 변화가 없었다.

인천 제조업 경쟁력이 이렇게 약화한 이유 중 하나는 시대 변화에 맞는 업종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인천 지역 제조업의 주요 업종은 '기계 운송장비 및 기타 제품'으로 1991년 주요 업종과 차이가 없다. 인천 지역 제조업 업종별 비중을 보면 1991년 기계 운송장비 및 기타 제품 비중은 29.8%로 가장 많았으며 2020년에도 28.3%로 변화가 없었다. 전국 제조업 업종 비중은 1991년 '비금속광물 및 금속제품'이 1위였으나 2020년에는 그 자리를 '전기 전자 및 정밀기기' 업종이 대신했다.

국내 제조업계가 첨단산업으로 변화하는 사이 인천은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이다. 서울을 배후로 한 때 잘 나갔던 수도권 대표 국가산업단지인 인천 남동·부평·주안산단 등의 구조고도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기업들의 내부 혁신 역량도 떨어지면서 반등의 기회를 놓쳤다.

특히 한국지엠 등을 중심으로 인천 제조업의 버팀목이 됐던 중소 자동차 부품 업계마저 전기차의 확산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인천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연구보고서를 보면 전기차 시대 전환과 내연기관 차량 생산 중단에 따른 인천 지역 위기 기업 종사자가 6천6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인천 지역의 내연기관 자동차 관련 제조업체 수는 5천517곳으로 파악된다.

국내외 자동차 시장이 전기 등 친환경 자동차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 제조업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천 경제를 떠받치는 기초체력인 제조업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는 내실 있는 인천의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바이오, 반도체, AI 등 첨단산업 투자 유치만이 능사가 아니다. 늙어 고꾸라져가는 인천 제조업을 재생시킬 수 있는 해법도 찾아야 한다. 인천 제조업의 쇠락과 맞물려 점점 지역 사회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는 인천상공회의소가 옛 명성을 찾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