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초진도구 턱없이 부족

질식소화포 등 화염·가스 확산방지
전체 화재 절반, 주차·충전중 발생
소방시설 법령 부재… 조례도 답보

전기차 화재 '질식소화포와 수조를 동시에'<YONHAP NO-5626>
지난 1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국제안전보건전시회에 전시된 질식소화포와 수조를 결합한 전기차 화재 진화 장비. 2024.7.1 /연합뉴스

전기자동차의 주차·충전 도중 화재 발생이 잇따르고 있지만, 경기도 내 9만9천여 개에 달하는 전기차 충전시설엔 질식소화포와 같은 초기 진압 도구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경기도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11만4천117대였던 전기차 등록대수는 지난달 기준 13만1천38대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기차 충전기기 또한 지난해 7만7천364기에서 이날 기준 9만9천304기로 늘었다.

질식소화포는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차량 전체를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장비다. 약 1천℃ 이상 고온을 견디는 불연성 재질로 화염과 유독가스 확산을 방지해주며, 이를 통해 배터리 열폭주로 인한 전기차 화재의 확산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인프라가 늘어날수록 관련 화재도 빈번해지고 있다. 소방청 통계를 보면 지난해 1년 간 전국적으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총 72건이며, 이 중 주차 상태나 충전 도중 불이 난 경우가 절반(36건)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도내 충전시설 현장 곳곳엔 화재 진압 도구를 갖추지 않은 곳이 상당수다.

이날 오전 수원시 권선구의 한 공공기관에 설치된 충전소에는 질식소화포는 물론 소화기조차 비치돼 있지 않았다.

 

[포토] 전기차 화재용 질식소화포4
22일 오후 의왕시 고천동 택시쉼터 부근 주차장에 전기차 화재시 초기진압 도구인 차량화재용 질식소화포 함이 설치 돼 있다.2024.7.22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그나마 의왕시의 경우 지난해 관내 47개 공동주택 단지에 질식소화포를 1개씩 지원했으나,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단지 내 대부분 전기차 충전시설이 여러 곳으로 나뉘어 있는 탓에 단지 당 1개의 지원만으론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소 관련 소방시설 법령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에 경기도의회는 전기차 충전시설에서의 화재 시 초기 대응을 위한 질식소화포, 상방향 직수장치 등의 안전시설과 화재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을 골자로 한 조례 발의를 준비했으나, 이 또한 답보 상태에 있다.

도의회 이상원(국민의힘, 고양7) 의원은 "많은 전기차 충전소가 지하주차장에 위치해 열폭주로 인한 화재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많은 양의 충전기 관리가 어렵고 행안부의 가이드라인도 없어 조례안 추진에 어려움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조례안 발의와 통과를 위해 힘쓸 예정"이라고 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문제는 소방에서도 문제를 인지해 CCTV와 방화벽 설치, 질식소화포 비치 등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