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표결처리-대통령거부권-재의결 및 폐기’로 챗바퀴도는 정국에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추가됐다. 25일 이 트랙에서 ‘채해병 특검법’이 결국 폐기됐다. 국회는 방송 4법을 새로이 이 트랙 위에 태웠다.
야권은 채해병 특검법 폐기를 규탄하면서 윤석열 대통령 특검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여당은 야권의 규탄대회를 허용한 국회의장의 본회의 운영이 편파적이라고 항의했다. 이날 본회의도 아수라장이 되어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고, 회의록에 기록되는 의사진행발언에서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국회는 25일 본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의 건’을 재석 299인 중 가 194 부 104 무효 1표로 부결했다. 법안은 폐기됐다.
해외일정을 소화하는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를 제외하면 야권은 191석, 여권은 108석이다. 이를 감안하면 여당에서 일부 이탈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선 의결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던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도 표결에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새로운미래 등 야 6당은 표결 직후 로텐더홀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와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대표의 ‘변화’를 키워드로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유족의 간절한 호소를 무참히 뿌리치고 민심을 짓밟는 선택이 국민의힘의 미래이고 변화냐”고 했고, 용 대표는 “국민 눈높이 맞추겠다더니 취임 단 이틀만에 무너졌다. 총선 전과 똑같이 국민의힘은 대통령 일가를 호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은 황운하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 특검법을 발의하겠다면서 “윤 대통령 특검은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법(채상병특검법)이 아닌 ‘대통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특검법”이라고 압박했다.
국회의장의 허용으로 야권이 항의집회를 하고 본회의장으로 돌아오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요지는 민주당이 규탄대회를 위해 본회의장을 나갈 때 의장은 “여야 합의로 시간을 준다”고 표현했지만 추 원내대표는 이를 합의한 적 없었으니 본회의 운영이 편파적으로 된 데 대해 사과하라는 요구였다.
의석에서 쏟아져 나오는 고성 속에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의사진행발언을 했다. 민주당 박성준 수석부대표는 “지금까지 규탄대회 등을 할 때는 서로 양해해 왔다. 그래서 제가 국민의힘 원내대표단에 채해병특검법이 부결될 경우 15~20분 정도 규탄대회를 하겠다, 알겠죠?라고 양해를 구했다. 들으신 분이 있을 것이다. 자꾸 거짓말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상징인가?”라고 말해 국민의힘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뒤이어 나온 국민의힘 배준영 수석부대표는 “정말 실망스럽다. 민주당은 항상 통보하는 식이다. 이번에 법안처리할테니 알아서해라. 우리 이렇게 해버릴게(이런 방식이다). 이게 합의인가. 우리 의원들은 진심을 다해 의정활동을 하려고 하는 데 민주당은 너무 폭압적으로 소수당을 짓누르고 있다. 반성하세요. 여러분의 지지율은 땅으로 꺼지고 있어요”라고 말해 상대당에서 또 비난받았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은 국회의장과의 ‘인사’를 두고도 말다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의원들은 발언대로 올라설 때와 발언을 마치고 나서 의장과 인사를 주고 받아왔다. 그런데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발언을 마치고 돌아서면서 인사를 애매하게 하고 들어갔고, 우 의장이 “인사 안하고 가세요?” 라고 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서 고성이 쏟아졌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이를 두고 “예의” 운운하며 “어디서 배웠어요 어디서”라고 했고, 국민의힘 배준영원내수석부대표는 “우 의장이 300명 의원에게 온전히 인사받으실 수 있을지 보겠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국회는 ‘일본 정부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철회 및 일본 근대산업 시설 유네스코 권고 이행 촉구 결의안’을 재석의원 225명 전원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후 방송4법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각 법안당 최소 24시간이 주어지므로 30일 오후 10시께까지 본회의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