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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죽고 나서 장례식장의 풍경을 상상해봤다. 당장 오늘 죽음을 맞이했다고 가정하면 가족들과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장례식장을 지킬 것이다.

조문객들은 술잔을 나누며 망자와의 추억을 꺼내 보거나 오랜만에 한자리에서 만난 지인과 안부를 묻기도 한다. 적어도 마지막 길만큼은 흉보거나 험담하지 않고 좋은 기억만 꺼내주길 바랄 뿐이다.

여러 사람의 추억 속에 있는 망자는 아마 점차 잊혀질 것이다. 그래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선 희미한 반짝임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마지막이 평범하다고 느껴졌다. 성대한 장례는 아닐지언정 소소한 업적이라도 남겨 희미한 반짝임을 많이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다.

얼마 전 제보를 접하고 이런 생각이 싹 바뀌었다. 지난달 21일 인천가족공원에서 영면에 든 무연고자 고(故) 송선옥(가명)씨의 마지막 길은 쓸쓸했다. 그의 마지막 길을 더욱 차갑게 만든 건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공영장례'였다.

송씨의 위패 앞에는 대추, 옥춘당, 약과와 함께 배, 사과가 차려졌다. 우연히 이곳을 들른 한 시민 눈에 먼지 쌓인 대추와 옥춘당이 들어왔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유난히 반짝이는 사과와 배가 있었다. 가짜였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가짜 과일이 송씨의 마지막 길에 올라왔다.

죽은 사람에게 진짜든 가짜든 무엇이 중요하겠냐마는, 텅 빈 장례실에 올라온 초라한 과일이 마음에 두고두고 걸렸다. 기사가 나간 후 해당 공영장례를 지원한 지자체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가짜 과일을 제물(祭物)로 받은 송씨 덕분에 다른 무연고자들에겐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송씨는 이렇게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 희미한 반짝임으로 남았다. 내 기억 속에서도 그렇다. 평범한 죽음이 시시하다고 생각했던 오만함이 부끄러워졌다. 어떻게 기억되느냐가 아닌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스스로에게 던져본다.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