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8곳 태워 "기숙사 위험할뻔"
업체밀집 지역, 잦은 화재 불안감
"배치 조정, 별도 소방인력 필요"
31일 오전 10시께 화성시 장안면 석포리. 매캐한 냄새를 따라 공장 샛길로 진입하자 시커먼 철골조 구조물이 앙상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2층 높이 공장 건물은 벽면이 일그러진 채 내부 뼈대만 남고 생활폐기물과 붕괴물 조각들이 주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폐허가 된 건 이곳뿐만이 아니다. 지난 28일 최초 발화 당시만 해도 화재 규모가 건물 면적인 1천500㎡ 정도에 불과했는데, 불에 잘 타는 폐비닐이 잔뜩 쌓여있던 데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어 인접한 업체 공장까지 번졌다. 결국 42시간 동안 면적 5천여㎡, 건물 8곳을 모두 태우고서야 완전히 꺼졌다.
졸지에 사업장을 모두 잃게 된 인접 업체 관계자 김모(40대)씨는 이날 취재진에 "초기에 일찍 대피해서 다행이지, 기숙사 건물에 숙식하던 외국인 직원들도 모두 위험할 뻔했다"며 "불이 잘 붙는 시설을 다루는 만큼 자체적으로도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왔는데 우리만 지킨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23명이 숨진 화성 리튬공장 '아리셀' 화재 이후로도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대형 화재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특히 화재에 취약한 위험물질이나 가연성 재질을 다루는 업체가 밀집한 산업단지에서 큰 규모로 피해가 반복되는 탓에 인근 노동자와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화재 건물과 울타리 하나만을 사이에 둔 한 제조업체 직원 김모(47)씨는 "불연재질 벽면 덕에 불길이 옮겨붙진 않았지만 가연성 재질을 사용하는 만큼 상황 내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맞은편 폐기물 처리업체에 근무 중인 네팔 국적 A(35)씨도 "안전 교육을 받았지만 불이 나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는 잘 모른다"며 "동료들 다수는 회사 근처 기숙사에 살아 불안해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28일 울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도 지난 2월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큰 불이 났다. 이 공장도 위험물질이 집적된 석유화학공단에 위치한 데다, 같은 공단 내에서 지난 5월과 6월 다른 업체들의 화재도 발생해 지역사회에 불안감이 퍼지기도 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가 발생한 폐기물 업체 건물은 제조공장은 아니지만, 폐기물 화재도 특히 여름철에 빈발하는 만큼 평소 현장 지도점검으로 같은 유형의 화재를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화재 위험성이 예상되는 지역에 별도 관리를 위한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함승희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산단이나 공장 밀집지역은 화재 위험 우려시설이 집적해 있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관할 구역은 넓은 반면 상주 인구가 적어 소방인력이 충분히 배치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각 관할서별 세부 인력 조정을 통해 필요한 곳에 상시로 높은 경계태세가 유지되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