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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정치부 기자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던 무렵 독일로 떠났다. 교환학생 신분으로 6개월 동안 독일의 한 대학교에 파견갈 기회를 얻었다. 베를린에서 기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시골 동네였다.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오는 외국인 학생이 대다수인 기숙사여서 그랬을까. 당시 코로나 규제가 조금씩 완화되고, 백신 접종자가 늘며 분위기가 풀어져서였을까. 기숙사 안에서 공공연히 대마초를 피우는 학생들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았고 심지어는 권유하는 장면까지 목격했다.

처음 맡아보는, 담배와는 사뭇 다른 냄새가 대마초 향이라는 것을 알고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스친 생각은 충격적이게도 "나도 한번 해볼까?"였다.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경험할 수 있는 사회. 이젠 한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걸 알아버린 청소년들은 어느새 마약중독자가 되고, 더 값싼 마약을 찾다가 마약판매업에 발을 들인다. 십여년 전엔 대마 투약 혐의가 불거진 유명 연예인의 "마약인줄 몰랐다"는 말이 얼토당토 않았지만, 이젠 그 말이 얼추 개연성을 갖게 됐을 정도다.

물론 '호기심'이 마약 투약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회는 적어도 "도와달라"는 신호를 보낸 이들이 빠져나올 통로를, 작은 구멍이라도 연결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마약중독자와 그 가족들은 이 순간에도 끝이 안보이는 싸움을 하고 있다. 마약과의 싸움과 동시에 사회의 편견과 싸우고 있다. 그래서 섭외도 취재도 어느 하나 매끄럽지 못했다. 기자가 다가가면 움츠러들고 피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인터뷰에 응한 이유는 '반드시 단약에 성공하리라' 하는 스스로의 다짐이자, 살기 위한 용기였을 것이다.

마약중독자 자녀를 둔 엄마조차도, 처음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센터를 방문할 때 마약중독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두려웠다고 한다. 이젠 사회가 먼저 용기내 마약중독자들에게 손내밀어야 할 때다. 이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게, 사회가 마약중독자들을 똑바로 마주할 용기가 필요하다.

/이영지 정치부 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