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후 열흘간 도내 21명 상담
낙태 방지 등 긍정적 사례 불구
"출생증서 접근권도 확보해야"

임신한 여성이 신원을 밝히지 않고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7월17일자 9면 보도='유령아기' 막는 보호출산제, "미혼모 향한 편견 키울수도")가 시행 2주째에 접어든 가운데, 낙태·아동유기 예방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반면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아야 할 권리와 정체성 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1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보호출산제 시행 이후 열흘간 총 21명의 위기 임산부가 도 지역상담기관(광명 아우름)에서 관련 상담을 받았다. 아직 보호출산을 신청한 사례는 없지만, 향후 상담·보호출산 등의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 한 여고생 A씨는 임신 소식이 학교에 알려져 자퇴한 뒤 낙태를 결심했다. 심리적 고통을 겪던 A씨는 지역상담기관의 핫라인을 통해 상담을 받았다. 그렇게 광명 아우름에 입소한 A씨는 출산 후 대안학교에 다니며 학업도 정상적으로 유지하게 됐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또 다른 B씨도 출산 후 아이를 입양 보낼 예정이었지만, 상담을 거쳐 결국 직접 양육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이처럼 상담·지원을 통해 낙태나 아동유기 등을 실제로 예방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보호출산제는 앞으로 위기 임산부들을 보호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친부모에 대한 아동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우려가 나온다. 실제 보호출산제가 이미 시행 중인 다른 국가들과 연결돼 해외로 입양된 한국인들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 때문에 극심한 정체성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김희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위원회 변호사는 "해외 입양인들과 베이비박스 유기 아동들이 자라나며 느끼는 정체성의 혼란과 뿌리를 알지 못하는 상실감은 실증적 자료들로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며 "(현 제도는) 철저히 임산부 비밀 유지에만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데, 나중에 아동이 확인할 수 있는 출생증서 접근권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규준기자 kkyu@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