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시설, 진료 한달 맞아
소식 접한 마약중독자 몰려들어
프로그램도 강제 없이 자유롭게
은은한 소독제 냄새가 코를 찌르는 복도 양옆으로 안정실 3개, 일반병실 4개가 늘어서 있다.
병실 문마다 달려있는 창문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 의료진이 15분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구멍 뚫린 창문은 환자가 감시당한다는 느낌을 최소화하기 위한 배려다.
1일 오후 1시 30분께 용인시 경기도립정신병원 1층에 있는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병실마다 문을 열어 회진을 시작했다.
지난해 경기도에서만 마약사범이 6천700여명 적발됐다. 그 수 역시 매년 폭증하고 있다. 죄를 지은 6천700여명은 마약에 중독된 환자이기도 하다.
전국 최초로 경기도가 직접 마약중독 치료·재활센터를 설립해, 공공이 마약중독을 치료하겠다고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7월15일자 1면 보도=범죄로만 취급… '질병' 인식 부족한 사회, 더는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도 이러한 연유다.
음지에 숨어있던 마약중독 치료를 양지로 끌어내기 위해,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가 경인일보에 센터를 공개했다. 언론에 공개하는 건 처음이다.
윤영환 경기도립정신병원장은 매일 오전과 오후 두번씩 환자들의 병상을 직접 찾아 상태를 확인하고 때론 농담도 나눈다.
지난달 2일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에 처음으로 입원한 환자 규상(가명)씨를 만난 윤 병원장이 "규상씨가 여기 첫번째 환자니까 (단약) 성공해서 나가야지"라며 인사를 건네자 규상씨도 편안한 얼굴로 "그럼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라며 화답한다.
지난달 2일부터 첫 진료를 시작한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에는 안정실 3병상과 일반병실 10병상, 그리고 환자들이 재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공간까지 마련됐다.
이날 센터엔 4명의 환자가 입원해 있었는데, 펜타닐 중독자 1명도 추가로 입원을 문의해 총 5명의 환자를 돌보게 됐다.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는 문을 연 지 이제 막 한달이 됐지만 소식을 접한 마약중독자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들고 있다. 14명의 고정 외래환자를 진료 중이며, 전화 문의는 하루에 5~6건씩 받을 정도다. 마약중독자 혹은 보호자가 직접 문의하기도 하고 경찰이나 법무부·타 병원에서까지 문의 오는 곳도 다양하다.
마약중독자들 대부분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찾다가 이곳에 오게 됐다고 한다. 말 그대로 우여곡절 끝에 찾은 마지막 희망인 것이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에 입원한 박기중(21·가명)씨도 인천 참사랑병원을 비롯해 정신병원 5군데에 전화로 입원을 문의했지만 "입원은 불가하다", "대기해야한다", "환자 상태를 봐야한다" 등의 말로 거절당해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에 왔다.
기중씨는 지난해 부모님에게 마약 중독 사실을 알렸지만 어쩔 수 없이 혼자 있으면 끊임없이 갈망이 올라와 입원을 결심했다.
그는 "물론 처음엔 오면서 입원한다는 사실이 무서워 울면서 왔다"면서도 "와보니 이곳에서 단순히 하는 것 없이도 마음이 편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프로그램도 강제가 아니라 자유롭게 들을 수 있고, 특히 가장 좋은 것은 치료진들과 대화를 나누며 상태가 호전됐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는 아직 여성 중독자 입원은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 인력과 예산 측면에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입원을 희망했지만 여성은 불가해 매주 외래 진료를 오고 있다는 유정연(22·가명)씨는 "치료시설을 찾기가 너무 어려워서 집에서 3시간 거리의 인천 참사랑병원에 다니곤 했는데, 경기도 마약중독치료센터가 생겨서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여성 중독자들이 사회적 편견 때문에 숨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치료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용기내서 상담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 관련 인터뷰 ([인터뷰] 윤영환 경기도립정신병원장)
/공지영·이시은·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